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놓고 안심하기는 일러 보인다.
국민의힘이 공수처장후보 추천위원을 결정했지만 추천위원들이 공수처장후보 결정을 미루는 지연전술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로서는 공수처법 개정을 여전히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제시한 시한인 26일 공수처장후보 추천위원 2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이 대표로서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면 지지부진했던 공수처 출범 과정에 진전을 보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추천할 추천위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대표가 마음을 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이 추천할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임정혁 변호사, 이헌 변호사로 전해진다.
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내는 등 주로 공안 분야에서 활동했다.
2012년 대검 공안부장일 때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사건을 맡았고 2018년 ‘드루킹 댓글조작사건’과 관련해 특별검사가 도입될 때는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표다. 박근혜 정부 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2015년에는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임 변호사와 이 변호사 모두 보수야권에 가까운 인물인 만큼 공수처 출범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특히 이 변호사는 24일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야권에서는 공수처 출범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나의 기본적 입장도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공수처 출범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정의당에서는 이 변호사를 놓고 “과거에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특조위 활동을 막은 대표적 인물”이라고 비판적 성명을 내놨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수처장 추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도돌이표식 지연전술로 공수처 출범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며 “야당이 추천할 추천위원이 ‘공수처 방해위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 대표로서는 공수처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대응에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후보 추천에는 전체 추천위원 7인 가운데 6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2명의 위원이 모두 계속해서 후보 추천에 반대의견을 유지한다면 공수처장후보의 추천절차도 기약 없이 지연될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에는 국회의 추천위원 추천절차는 물론 추천위원회에서 후보 추천을 할 때도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요구하는 등 야당의 비토(veto)권 행사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표가 올해 안으로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공수처장 후보 추천절차를 기다릴 시간은 많지 않다.
공수처법 개정 등 후속 대응조치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11월 말이 이 대표가 기다릴 수 있는 최후 시한으로 보인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추천한 추천위원들이 비토만을 위해 과정을 번복하고 시간 끌기를 한다면 민주당도 단호하게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올해 정기국회 내에 공수처를 출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정기국회 회기는 12월9일까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