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는 국내에서 인보사 관련 법적 최종결론이 나고 개발을 마칠 때까지 신설회사에서 위탁생산사업으로 수익을 늘리며 재도약의 발판을 닦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 박문희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
19일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올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 재개를 결정한 뒤 미국에서 인공관절치환술 등을 받기 전 중증환자 1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임상3상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환자 모집에 차질을 빚고 있으나 인보사 개발 의지만큼은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2020년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봐도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관련 숱한 의혹과 논란 가운데서도 인보사 개발에 꾸준한 의지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오의학담당 조직에 인보사안전관리팀을 두고 인보사 약물 관련 장기추적을 진행함과 동시에 바이오연구소 아래 공정개발팀을 두고 인보사 공정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주성분 가운데 하나가 허가사항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9년 5월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인보사에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혐의로 올해 2월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현재의 사면초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도는 인보사가 미국에서 판매승인을 받는 것뿐이라는 말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나온다.
다만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3상 시험이 11개월가량 중단돼 판매 승인시점도 뒤로 밀리게 된 만큼 그동안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창구가 필요하다. 애초 코오롱생명과학의 관계사인 코오롱티슈진은 미국에서 2021년까지 임상3상과 자료분석을 마치고 품목허가 신청을 낸다는 그림을 그려뒀다.
박문희 대표는 인보사의 미국 판매승인을 받을 때까지 위탁생산사업으로 수익 창출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6일 공시를 내고 12월 바이오 제조부분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세우고 위탁생산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밝혔다.
아직 신설법인의 대표이사를 누가 맡을지 정하지 않았으나 제약바이오업계나 시장은 박 대표가 신설법인도 이끌 것으로 본다.
이우석 대표가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약사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신설법인의 바이오 위탁사업 규모가 아직 크지 않은 만큼 새로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9년 8월 에스엘바이젠과 신생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HIE) 치료제 후보물질(BM102) 위탁생산 계약을 맺는 등 기존에도 충주 공장에서 위탁생산사업을 시도했으나 아무래도 자금력이 부족한 만큼 신설법인을 세울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상업화한 제품의 대량 위탁생산을 맡기보다는 특정 제약회사로부터 신약 등 물량을 수주해 위탁생산을 진행할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인보사 생산을 위해 세운 충주 공장을 위탁생산사업에 활용할 경우 설비 변경을 최소화할 수 있고 대량생산체제를 갖출 만큼 투자여력도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4년 7월 충주 공장 부지를 사들인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인보사 품목허가를 신청하기 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800억 원을 들여 증설작업을 진행했는데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취소되면서 충주 공장도 멈춰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유전자쪽 관련 연구나 생산 설비는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라며 “우선 공장이 국내에 있는 만큼 국내 제약기업을 대상으로 본격적 수주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투자여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설법인의 사업규모를 불려야하는 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마나 위탁생산시장 전망이 밝고 아직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위탁생산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는 곳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세계 의약품 위탁생산시장 규모가 2016년 788억1천만 달러(약 94조 원) 수준에서 2020년 1087억 달러(130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박 대표는 올해 3월 말 대표이사에 선임돼 이우석 대표이사와 각자대표체제로 코오롱생명과학을 이끌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하나만 바라보고 여기에만 1천억 원 넘는 연구개발비를 쏟았는데 2017년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취소돼 소송비용으로 추가 지출이 늘면서 2017년 뒤로 재무상태가 계속 나빠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뒤로 줄곧 영업적자를 내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2017년 말 기준 31.4%에서 2020년 6월 말 기준 193.5%로 대폭 늘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