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화학의 배당 확대로 상속세 재원 마련의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배당 확대 명분은 배터리 분사에 불만을 품은 소액주주를 달래기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도 실리를 얻을 수 있게 됐다.
15일 LG화학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최소 주당 1만 원 이상 배당을 하기로 하면서 지주사 LG로 유입되는 배당수익금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LG화학 주식 2353만4211주(30.06%)를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은 2019년 보통주 1주당 2천 원을 배당해 LG로 471억 원의 배당금이 들어갔다.
LG화학이 올해 1만 원을 배당하면 LG가 받는 배당금은 2353억 원으로 대폭 증가하게 된다. 향후 3년 총액은 거의 7500억 원에 이른다.
LG화학은 연결 순이익 기준 30% 이상의 배당성향을 지향하겠다고 밝혀 향후 실적에 따라 주당 배당금은 1만 원에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LG의 배당금수익이 늘어나면 그만큼 LG의 배당여력도 증가한다.
구광모 회장의 상속세 납부재원 가운데 LG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구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LG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상속세 7161억 원이 부과됐다. 5년 동안 분할납부를 하기로 해 연간 약 1300억 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LG는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주당 배당금을 2천 원으로 올렸다. 기존에는 1300원이었다. 2019년에도 주당 배당금은 2200원으로 늘어났다.
구 회장은 LG 지분 15.95%를 보유하고 있는데 배당으로 2018년 517억 원, 2019년 569억 원을 받았다.
LG는 2020년에도 배당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LG 주당배당금이 2020년에 2400원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LGCNS 지분 매각 대금이 유입되는 등 2분기 말 기준 순현금이 1조7천억 원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자회사 지분 처분효과 등 일회성 요인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LG가 고배당을 이어가려면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수익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의 배당 확대는 LG의 배당여력을 지지할 든든한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분사에 흔들리는 소액주주의 투자심리를 달래기 위한 배당정책으로 구 회장이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에 LG화학이 배터리 분사 방식으로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선택한 것도 LG의 배당여력을 축소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인적분할을 하면 LG가 배터리 신설법인 지분 30%를 보유하게 돼 향후 유상증자 등 투자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LG화학은 인적분할 대신 물적분할을 선택한 이유를 놓고 물적분할을 해야 향후 신설법인의 집중적 성장이 가능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다른 해석 가능성을 경계했다.
LG화학이 배당 확대의 신호탄을 쏜 이후 LG 자회사들의 배당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심사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도 LG그룹 계열사들은 좋은 실적을 거두면서 향후 배당 확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3분기까지 2조5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둬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3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LG가 상반기에 지분을 늘린 LG유플러스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30% 이상 늘어나며 지주사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상반기 매출이 소폭 줄었음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LG 관계자는 "배당정책은 모든 주주를 위한 것"이라며 "기업의 배당 확대는 시장의 전반적 추세이기도 하다"고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