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4사가 정부의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설립에 참여할까?
에너지업계에서는 정유4사가 정유사업의 부진 탈피를 위해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정책을 등에 업고 기존 주유소와 연계한 수소충전소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시선이 퍼지고 있다.
▲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
7일 에너지업계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종합하면 정부가 수소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해 수소전기차 보급에 힘을 쏟고 있지만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우선 수소전기차 보급에 비해 수소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수소차에 대한 국고 보조금 집행률이 가장 높은 강원도는 수소전기차가 662대 보급됐지만 수소충전소는 삼척충전소 단 1곳 뿐이다. 이 때문에 강원도 수소전기차 이용자들은 오래 전부터 불평을 호소해왔다.
정치권에서도 수소충전소 구축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전라북도 군산을 지역구로 둔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6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을 차질없이 시행하기 위해서라도 수소충전소 건설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수소충전소의 건설 및 운영비용을 줄이려면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수소충전소의 국산화율을 100%까지 높이면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의 70%까지 줄일 수 있다”며 “수소충전소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해 기술 개발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수소충전소의 부품·기술 국산화율은 42%에 그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국산화율을 100% 수준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신 의원 뿐 아니라 여러 지역구 의원들이 수소충전소 구축을 요구하고 있어 올해부터 관련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2022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310개소를 보급하기로 했다. 수소충전소는 8월 기준 연구용 8기를 포함해 모두 47기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경제 활성화정책을 추진하면서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사업타당성조사를 끝내고 내년 2월까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요청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정유4사인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이 참여를 저울질해왔는데 최근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정유4사들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수소 생산이 가능해 사업 참여가 어렵지 않은 데다 기존 주유소를 활용해 이미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에서는 특히 액화석유가스(LPG)·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와 주유소 등을 연계한 융복합충전소 구축이 주유소를 활용한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이사(왼쪽),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
정유4사 가운데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이미 휘발유와 경유, LPG, 수소, 전기 등 모든 수송용 연료를 한 곳에서 충전할 수 있는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정유4사 관계자는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 설립 참여 의사를 묻는 비즈니스포스트의 질문에 “현재 특수목적법인 참여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현대차에서 정유사에 협조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고 적극성을 보였다.
헌대자동차 관계자도 "정부가 추진하는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 설립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빠르면 이달 안에 참여를 결정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다만 수소산업이 아직 초기 상태인 만큼 사업성을 충분히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는 데 통상 30억 원 가까이 소요되고 부지를 제외하고 설비만 들여오는 것도 20억 원가량이 투입된다. 이와 비교해 수소전기차의 수요는 아직 많지 않아 수소충전소 구축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주유소를 활용한 신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친환경차 보급이 확대되는 만큼 정부 지원이 따라준다면 유사들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친환경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