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수익성 확대를 위해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사업재편에 지속해서 힘을 싣고 있다.
안 사장은 경쟁업체인 포스코 출신으로 지난해 현대제철 대표에 올랐는데 내년 실적을 통해 영입 이유를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10월 순천 공장 컬러강판설비 가동중단을 목표로 인력 재배치 등을 놓고 노조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매년 영업손실을 보면서도 그동안 고객사 요청에 따라 컬러강판사업을 유지했는데 안 사장은 전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중단을 결정했다.
안 사장은 6월에는 당진 공장 전기로 열연설비 가동을 멈추고 2월에는 단조사업을 물적 분할해 주단조 전문 자회사인 현대아이에프씨를 설립하기도 했다.
전기로 열연사업은 높은 제조원가 탓에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2014년 KG동부제철, 2015년 포스코 등 경쟁업체들은 일찌감치 사업을 접었는데 현대제철은 이제야 철수했다.
안 사장은 7월 발간한 지속가능 통합보고서에서 “외형적 규모와 양적 성장에 치중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며 “그동안 지향하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강점에서 벗어나 핵심사업과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해 최적의 사업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안 사장이 봉형강, 철근, 자동차용 초고장력 강판 등 핵심제품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는 셈인데 증권업계는 이를 바탕으로 현대제철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이익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은 최근 전방위적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며 “철강업황은 2020년을 바닥으로 침체기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제철은 사업재편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증권업계는 현대제철이 2021년에 연결기준으로 3천억~4천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2021년 현대제철의 영업이익 전망치로 8370억 원까지 제시했다.
현대제철은 코로나19로 상반기 영업손실 157억 원을 냈다. 올해 잘해야 1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에는 이익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안 사장은 포스코에서 광양제철소장, 포항제철소장 등을 지낸 포스코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지난해 2월 현대제철에 영입된 뒤 3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이 아닌 외부 인사가 현대제철 대표에 오른 것은 안 사장이 처음이다.
파격인사로 평가된 만큼 취임 당시 큰 기대를 받았으나 아직까지 영업이익 등 실적으로는 영입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가 사실상 경영능력을 평가 받을 첫 해였는데 코로나19로 현대제철은 상반기 실적이 오히려 크게 후퇴했다.
그런 점에서 안 사장으로서는 내년 실적이 경영역량을 실적으로 보여주는 첫 해일 수 있는 셈이다. 내년 실적은 연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안 사장에게 중요하다. 안 사장은 임기가 2022년 3월까지다.
안 사장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 포스코의 선진역량을 현대제철에 옮겨 심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4월 임직원 대상 영상메시지를 통해 혁신활동 'HIT' 도입을 알리고 있다. <현대제철> |
4월 도입한 ‘HIT(Hyundai steel : Innovation Together)’이 대표적 활동으로 꼽힌다.
HIT는 설비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활동으로 생산 모든 부문에서 높은 수준의 원가절감 목표를 수립하고 최적의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철강산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으로 생산 효율화가 원가절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데 안 사장은 포스코 시절 포항제철소 설비 고도화 작업 등을 이끌며 생산성을 높인 경험이 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은 내부적으로 사업재편과 원가절감 노력을 펼치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영업환경이 나아지고 있다”며 “4분기 이후 봉형강류와 판재류 판매 확대에 따라 실적개선의 속도와 폭이 커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사업재편을 이어갈 것”이라며 “사업 효율화와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지속해서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