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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지난 1월1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업계간담회 및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내 철강업계는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구조적 위기에 빠져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회사들은 살아남기 위한 자율적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포스코나 동국제강은 계열사 정리나 사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비상경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철강회사들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갈수록 무게를 더하고 있다.
◆ 포스코 “앞으로 2~3년은 회사의 체력을 회복하는 기간”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2017년까지 89개의 계열사를 매각이나 청산, 합병을 통해 정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46개의 국내 계열사와 181개의 해외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약 2년 뒤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는 22개, 해외법인은 117개로 줄어든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구조조정에 주력했다. 철강과 무관한 계열사나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부실계열사들을 정리대상으로 삼았다.
현재 어떤 계열사가 추가로 정리될 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단지 철강 본업과 거리가 있는 포스코엠텍, 포스코LED, 포스코ESM 등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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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중국 장강(스테인리스 제철소) 등 2곳의 법인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돼지 않았다. 철강에 집중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계속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달까지 올해 계획된 25개의 구조조정 목표 가운데 해외 계열사에 집중된 10건을 이미 마쳤고 연말까지 나머지 구조조정도 끝내기로 했다.
포스코는 고순도알루미나 업체인 포스하이알과 원전정비사업 업체인 포뉴텍도 연내 매각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포스코는 매각뿐 아니라 합병, 지분정리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비대해진 조직의 규모를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구조조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 동국제강,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 중
동국제강은 1월 자회사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하고 4월 본사 사옥을 4200억 원에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동국제강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도 거의 팔았다.
지난 5월 포스코강판 주식 58만8천 주를 102억8천만 원에 매각한 데 이어 최근까지 포스코, JFE스틸홀딩스, 키스코홀딩스, 한국철강, 웅진홀딩스, KTB투자증권 등 보유한 상장사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동국제강은 포항 2후판공장 가동도 중단했다. 후판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포항공장 물량을 당진 제3후판공장으로 넘겨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포항 2후판공장의 지난해 평균 가동률이 50%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포항 후판2공장을 내년까지는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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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
후판사업은 동국제강 매출의 55%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비중이 높았지만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면서 동국제강의 재무구조에 타격을 입혔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6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7월 자율협약에 들어갔다가 최근 워크아웃으로 전환됐다.
동부제철은 경영권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른 시일 안에 동부제철 매각주간사를 선정하고 국내외 철강회사들과 사모펀드 등을 대상으로 본격 매각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 현대제철, 범현대가 지원 업고 공격 확대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를 등에 업고 불황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현대제철은 포스코나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회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공격적으로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동부특수강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현대하이스코도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 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봉형강과 후판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며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내년까지 포항공장에 2800억 원을 투자해 특수강 전용 제조설비를 설치하고 고부가제품인 형강과 특수강을 생산하기로 했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7월 앞으로 비철과 비금속, 엔지니어링과 서비스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해 글로벌 종합소재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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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
우 부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 26조 원, 2025년까지 31조 원을 달성한다는 공격적 경영목표도 제시했다.
현대제철이 정부 위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회사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부제철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철강회사 가운데 동부제철을 사들일 만한 여력을 갖춘 곳이 사실상 현대제철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동부제철의 당진공장을 따로 떼어 내 포스코나 현대제철에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동부제철을 인수할 뜻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현대제철에게 인수합병을 통해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힘써달라고 제안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동부특수강도 인수했다.
◆ 정부, 철강업계도 압박할까
10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포스코에게 철강사업을 제외한 사업은 전부 정리하도록 권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할 계획이라는 말이 돌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현대제철에게 자동차강판에 집중하도록 하고 동부제철의 전기로공장을 인수하도록 권한다는 입장을 세웠다는 얘기도 함께 나왔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산업 사업재편 기본방향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며 “철강산업의 사업재편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철강산업 사업재편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를 포함한 어떤 정부기관과도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도 10일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범정부협의체에서는 구조조정의 큰 틀만 제시할 것”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과 기업 스스로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해운, 조선, 화학, 철강의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압박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방식이 비현실적이라고 바라본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특정 기준에 따라 무 자르듯 기업을 분류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업종과 시장환경에 따라 각 기업의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