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오브 더 게임(Top of the game).’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새 S90의 광고모델로 축구선수 손흥민씨를 내세우며 사용한 문구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제네시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차 브랜드들의 격전지인 국내 고급 준대형세단시장에 더 커지고 더 단단해진 새 S90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 볼보의 첫 번째 승부수, 새 S90 라인업을 친환경모델로만 꾸려
9일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서울마리나클럽에서 진행한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새 S90을 직접 타봤다.
새 S90은 2016년 출시된 2세대 모델을 4년 만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한 모델이다.
시승은 서울마리나클럽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와 영종대교를 달려 인천에 있는 네스트호텔을 들른 뒤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왕복 10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과 8단 기어 트로닉스 변속기가 탑재된 B5 모델의 인스크립션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이 시승차량으로 제공됐다.
새 S90은 하이브리드모델인 ‘B5’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모델인 ‘T8’ 등 2가지 친환경차 라인업으로만 출시됐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배기가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식 모델부터 순수 내연기관모델을 한국에 들여오지 않기로 했다. 새 S90이 첫 주자다. 여전히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디젤이나 가솔린모델 수요가 대부분인 가운데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지금까지 결과는 나쁘지 않다. 이만식 볼보자동차코리아 세일즈앤마케팅 전무이사는 7월13일 새 S90의 사전계약을 시작하고 이날까지 모두 3200대가 계약됐다고 말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사상 사전계약 최대 기록인 데다 2019년 판매량의 1/3가량을 두 달 만에 올린 것이기도 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9월부터 올해 말까지 매달 1천 대씩 차량을 인도하고 2021년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볼보 본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모델은 일반 내연기관차처럼 석탄연료를 쓰지만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장착돼 연비효율이 높은 게 장점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모델은 석탄연료뿐 아니라 전기충전으로도 달릴 수 있다. 둘 모두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석탄연료를 적게 쓰기 때문에 친환경차로 분류된다.
▲ 볼보 새 S90의 운전석. 단순한 구성의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조작판)와 크리스털 기어 노브가 눈에 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이전에는 S90 T9 모델에만 크리스털 기어 노브를 적용했는데 소비자 선호를 반영해 새 S90부터는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 강인하고 단단한 첫인상, 실내는 넓고 포근해
‘강인함’과 ‘중후함’. 새 S90의 겉모습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우선 덩치가 딱 보기에도 커다랗다. 새 S90의 길이, 넓이, 높이는 각각 5090mm, 1880mm, 1450mm 이다. 특히 기존 모델보다 12.9cm 길어졌는데 경쟁차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나 제네시스 G80과 비교해도 훨씬 길다. E클래스의 길이는 4923mm이고 G80은 4995mm이다.
거기에 볼보 브랜드의 디자인 정체성으로 꼽히는 세로형 그릴과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T자형 헤드램프가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데다 범퍼 아래쪽에 쭉 뻗은 크롬 재질의 장식이 안정감을 더해줘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고는 살짝 바뀌었다. XC90에 이어 새 S90에 볼보 브랜드 두 번째로 입체형 로고가 적용됐다.
최근 들어 ‘젊고 역동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세단이 많아지다 보니 디자인이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에 올라타자 새 S90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시트 등에 적용된 베이지색의 천연 나파가죽과 넓은 실내공간이 어우러져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줬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 등 일부분에 나뭇결이 살아 있는 드리프트 우드(강물에 떠내려온 나무)를 마감재로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조작판)는 구성이 단순했다. 오디오 볼륨이나 긴급 제동신호를 뺀 나머지 기능을 모두 9인치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조작하게끔 설정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이 깔끔해 마음에 들었지만 다이얼 버튼과 달리 터치스크린은 시선을 돌려야 조작이 가능한 만큼 불편을 느낄 운전자도 있어 보인다. 터치스크린은 반응도 빠르고 터치도 정확하게 인식했다.
▲ 볼보 새 S90의 뒷좌석은 한 눈에 보기에도 공간이 넉넉하다. 좌석 가운데 팔걸이는 간편하게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 잘 달리고 조향감도 만족, 초반 가속 때 소음은 다소 아쉬워
주행성능은 크게 흠잡을 데가 없었다.
속도를 높일 때 전혀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다.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가속 능력이 뛰어났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새 S90은 큰 출렁임 없이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여갔다.
시승구간에 가파른 길이 없어 언덕길에서의 주행성능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평지에서 달릴 때의 느낌에 비춰볼 때 큰 무리없이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조향감도 나쁘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빠져나갈 때 굽어지는 길을 지났는데 차체가 쏠린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도록 하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힘들이지 않고 굽은 길을 돌 수 있었다.
다만 초반에 시동을 걸고 속도를 낼 때 다소 소음이 나는 점은 아쉬웠다. 전기모터를 사용해서인지 기계음 비슷한 소리가 났다.
새 S90은 회생 제동능력을 갖추고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운동에너지가 전기로 전환되면서 배터리가 충전된다.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에너지는 시동을 켜고 출발할 때나 스톱앤스타트(공회전 제한 시스템) 사용 때 쓰인다.
계기판 화면으로 전기가 충전되는지를 항상 확인할 수 있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rpm(엔진의 분당 회전 수) 그래프 아래 위치한 배터리 그래프가 파란색으로 움직인다.
▲ 볼보 새 S90의 뒷모습은 중후한 분위기의 앞모습과 비교하면 살짝 경쾌해 보이기도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
◆ 역시 안전의 대명사 볼보, 차선 바꿀 때 다소 아쉬운 점도
‘안전은 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볼보의 이런 브랜드 철학에 따라 새 S90 모든 모델, 모든 트림에 동일한 안전사양을 적용했다고 한다.
B5 모델만 해도 ‘파일럿 어시스트II’와 ‘시티 세이프티’, ‘도로 이탈 완화’,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회피 기능’ ‘사각지대 정보시스템’ ‘주차 보조기능’, ‘측후방 추돌경고’ 등 안전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파일럿 어시스트II’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기능에 방향 조종 기능까지 더해진 시스템인데 대략 10초 동안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도 차량 스스로 앞차와 간격을 조절하며 도로를 달리는 게 가능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안내에 따라 영종대교를 지날 때 이 기능을 써봤는데 덕분에 잠깐이나마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조작이 편리하다. 스티어링휠 오른쪽 위 파일럿 어시스트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차선 중앙을 유지하도록 스티어링휠을 조종해주는 반자율주행 기능만 작동하고 바로 옆 오른쪽 화살표 버튼을 추가로 누르면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기능까지 활성화된다. 브레이크 페달이나 가속 페달을 밟으면 기능이 해제된다.
‘시티 세이프티’ 시스템은 자동차나 보행자뿐 아니라 대형동물까지 인식해 충돌이 예상되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도 전에 스스로 제동을 걸며 멈춰서는 기능이다. 실제로 시승 동안 경험하진 못했다.
다만 최근 나온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처럼 자동차 방향지시등을 켜면 주변 화면의 모습을 계기판에 띄워주는 등 차선을 바꿀 때 유용한 기능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측후방 경고 기능이 사이드미러에 불빛 점등만으로 작동하는 데 개인적으로 경고음까지 울리면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차 보조기능도 직접 써보진 못했지만 꽤 유용할 것 같다. 새 S90은 직각과 평행 주차 기능을 지원하는데 예를 들어 직각 주차를 한다고 하면 차를 주차공간과 직각이 되게 세우고 기어를 후진으로 놓으면 차량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돌리며 주차해 주는 방식이다. 운전자는 기어와 감속만 조절하면 된다.
▲ 볼보 새 S90 조수석 뒷좌리에는 유독 조작버튼이 많다. 조수석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고 각 자리 창문의 차양막을 올리고 내릴 수도 있다. 선루프를 열고 닫을 수 있는 버튼도 배치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 2열에 가장 공들여, 널찍하고 편안해진 ‘회장님 자리’
아무래도 새 S90은 쇼퍼드리븐(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차) 성격이 강한 준대형세단이다 보니 2열에 가장 신경을 쏟은 게 느껴졌다.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서울마리나클럽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회가 있어 소위 ‘회장님 자리’로 불리는 조수석 뒷자리에 직접 타 봤다.
우선 다리 공간(레그룸)뿐 아니라 머리 위 공간이 눈으로 봤을 때보다 더 널찍했다.
볼보는 새 S90의 늘어난 길이를 모두 뒷공간을 늘리는 데 썼다고 한다. 대개 실내공간의 크기를 가늠할 때에는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 거리)를 기준으로 삼는데 새 S90의 휠베이스는 3060mm로 기존 모델보다 120mm 길어졌다. 제네시스 G80보다 50mm 길다.
‘회장님 자리’에서는 조수석을 직접 앞뒤로 움직일 수도 있다. 운적석 뒷좌리와 달리 이 자리에만 유독 조작버튼이 많다. 조수석을 움직일 수 있는 버튼부터 각 자리 창문의 차양막을 올리고 내릴 수 있는 버튼, 선루프를 열고 닫을 수 있는 버튼 등이 배치돼 있다.
뒷좌석 팔걸이(암레스트)는 이번에 새로 추가됐다. 컵홀더가 2개 있고 스마트폰이나 책 등 간단한 물건을 올려둘 수 있는 간이 테이블도 있다.
에어컨 등도 2열에서 직접 조작할 수 있게 따로 배치해 뒀다.
판매가격은 모델과 트림에 따라 △B5 모멘텀 6030만 원 △B5 인스크립션 6690만 원 △T8 인스크립션 8540만 원 등이다. 모두 부가가치세를 포함했고 개별소비세 인하분은 적용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