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코본드는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데다 다른 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투자자들을 모으기도 쉽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최근 잇따라 코코본드를 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
|
▲ 김주하 NH농협은행장. |
코코본드는 경영이 악화하는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은 회사채를 뜻한다.
NH농협은행은 13일 3천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기로 했다. KEB하나은행도 올해 안에 3천억 원 규모로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올해 안에 1조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은 2012년부터 매년 꾸준히 코코본드를 통해 자본을 확충해 오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9월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원화 코코본드 발행규모는 올해 1~10월 3조3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행 규모(2조8600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은행들이 올해 안에 추가로 코코본드를 발행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증가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이처럼 코코본드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코코본드가 바젤3 규제 아래서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채권이기 때문이다.
2013년 말부터 적용된 바젤3 자본비율 규제에 따르면 2019년까지 평균 BIS(국제결제은행) 총자기자본비율을 11.5%까지 늘려야 한다. 현재 국제결재은행은 이 비율을 8%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 은행이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저금리로 이자수익이 악화하고 있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으로 대손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음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코코본드는 증자를 제외하고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코코본드 발행은 바젤3 자본비율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코코본드 발행을 통해 자본적정성도 관리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코본드는 초기에 6%대까지 이자율이 올라가기도 했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3~4% 수준에서 거래된다. 신한은행은 올해 4월 2.72%의 금리로 3천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기도 했다.
은행 입장에선 이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돼 발행 유인이 커진 것이다.
투자자들에게도 은행들이 발행하는 코코본드 금리가 일반 국고채 금리에 비해 1.5~2%포인트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매력도가 높은 편이다.
실제로 IBK기업은행이 6천억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 했을 때 약 1조 원 규모의 투자가 몰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앞으로 국내 조달금리도 상승할 것을 우려해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