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가 자본금을 10분의 1로 줄이는 감자를 결정한 까닭은 무엇일까?
쌍용양회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가 배당을 확대해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금력을 추가로 확보해두려는 포석일 수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의 감자 결정으로 주주배당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자본금 감소분은 자본잉여금이 되는데 상법에 따르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자본잉여금은 주주총회를 통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익잉여금은 배당가능이익의 구성요소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이 늘어난 만큼 배당이 늘어날 수 있게 된다.
쌍용양회는 보통주 액면가를 1천 원에서 100원으로 줄이는 방식의 무상감자를 함으로써 자본금이 5054억 원에서 504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자본금 감소분 4550억 원이 자본잉여금이 되고 이익잉여금 전환을 통해 배당의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쌍용양회 자본잉여금은 7550억 원이다. 이번 감자로 발생한 4550억 원을 더하면 1조2천억 원대까지 자본잉여금이 커진다.
쌍용양회가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다면 상법 규정에 따라 자본금의 1.5배인 758억 원을 제외한 1조1천억 원대의 배당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셈이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지주사에서 자본잉여금의 이익잉여금 전환을 통해 배당을 확대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한앤컴퍼니는 그동안 쌍용양회에서 상당한 배당이익을 얻어왔는데 이번 감자를 통해 배당을 더욱 확대할 여건을 마련했다.
한앤컴퍼니는 자회사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보유한 지분(77.7%)을 활용해 쌍용양회를 지배하고 있다.
한앤컴퍼니 인수 이후 쌍용양회는 2017년 2분기부터 배당성향을 대폭 높였고 2018년부터는 순이익을 넘어서는 규모의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받은 배당금 규모를 살펴보면 2017년 932억 원, 2018년 1770억 원, 2019년 2072억 원, 올해 상반기 1112억 원 등 모두 5886억 원이다.
한앤컴퍼니가 KDB산업은행 등 쌍용양회 채권단과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보유하고 있던 쌍용양회 지분 매입에 1조4400억 원을 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 후 3년 동안 투자금을 40%가량 회수한 셈이다.
한앤컴퍼니가 배당여력을 더 늘리려는 이유로 추가 인수합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최근 인수합병이 많은 대형 사모펀드들은 충분한 자금력을 쌓아두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좋은 기업매물이 나오면서 대형 사모펀들이 인수합병 기회를 잡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코로나19에 따른 자본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쌍용양회 투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실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감자로 이익잉여금이 늘어나도 이는 재무제표상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늘어나는 것일 뿐 배당을 위한 현금을 바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투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할 만한 배당금을 모두 마련하려면 자산매각 등의 과정을 거쳐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감자가 출구전략의 일환이라고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쌍용양회가 앞으로 실적 전망이 밝다는 점도 한앤컴퍼니가 당분간 쌍용양회를 보유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쌍용양회는 순환자원 처리시설 확대 가동으로 구조적 이익 개선이 가능하다”며 “정부 주택정책,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착공 등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실적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