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증권업계와 배터리업계는 테슬라가 22일 여는 행사 ‘배터리 데이’에서 내놓을 전기차 판매 로드맵을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자체 배터리 생산계획도 내놓는다.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가 LG화학 등 배터리 공급사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공격적 증설계획을 감안하면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체 배터리는 배터리 공급사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응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주 연구원은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을 올해 50만 대, 2021년 118만 대, 2022년 221만 대로 예상했다. 해마다 2배씩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이나 파나소닉 등 기존 공급사들은 테슬라의 증설속도를 따라가기가 불가능하며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만으로 수요를 충족하기도 불가능하다”며 “결국 테슬라는 자체 배터리 생산계획과 상관없이 기존 공급사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 앞서 9일에는 미국 루시드모터스가 첫 전기 세단 ‘루시드에어’를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루시드모터스는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10억 달러(1조2천억 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일찍부터 주목받으며 현재는 업계에서 ‘테슬라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신생 전기차회사다.
루시드에어가 인기를 끌수록 LG화학 배터리사업을 향한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현 사장은 이미 2월 루시드모터스를 LG화학의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루시드에어에 2023년까지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맺어뒀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루시드모터스는 모두 원통형배터리를 전기차배터리로 탑재하는 회사로 김 사장이 LG화학의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인 회사들이다.
LG화학은 과거 이웅범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시절까지만 해도 원통형배터리는 전동공구나 IT기기용으로, 파우치형배터리는 전기차용으로 공급하는 이원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김 사장은 LG화학의 2018년 임원인사를 통해 전지사업본부장에 오르면서 원통형배터리도 전기차용으로 공급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사업전략을 수정했다. 먼저 원통형배터리를 전기버스용으로 공급하면서 고객사 물색에도 나섰다.
김 사장은 2019년 1월 중국 소형배터리공장의 증설에 6천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냈다. 결과적으로 이 계획이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전기차 대량생산에 특화된 테슬라의 전용공장)의 가동을 앞두고 배터리 확보처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LG화학의 소형배터리공장이 상하이와 가까운 난징에 위치해 있어 테슬라가 LG화학의 증설계획에 주목하면서 협력 관계를 맺게 됐다.
테슬라와 협력은 올해 루시드모터스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김 사장은 루시드모터스와 독점 계약을 맺은 뒤 “루시드모터스에 원통형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서 기존 파우치형배터리와 함께 전기차배터리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다”며 “전기차용 원통형배터리시장을 적극 공략해 앞으로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확실한 글로벌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도 주춤하고 있다.
배터리시장 분석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으로 글로벌 누적 전기차배터리 사용량은 53.3GWh로 집계됐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6.8%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이 기간 LG화학은 오히려 전기차배터리 사용량이 97.4% 급증하면서 5개월째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