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권을 다지기 위해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크게 안고 있다.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허은철 대표는 혈액제제 ‘아이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미국진출에 공을 들이며 성과를 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아이글로불린-에스엔은 면역계 질환치료에 쓰이는 정맥주사제로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면역글로불린 함유 농도에 따라 5%, 10% 제품 등으로 나뉜다.
허은철 대표는 대표이사에 오른 2015년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아이글로불린-에스엔 5%에 관하여 허가를 신청하며 미국진출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2016년, 2018년 2차례나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자료보완’ 조치를 받으며 미국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허은철 대표는 올해 4분기에는 아이글로불린-에스엔 10%를 앞세워 3번째 미국 식품의약국에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아이글로불린-에스엔 10%의 임상3상은 이미 마쳤으며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에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그룹은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GC)를 중심으로 30개가 넘는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허은철 대표는 녹십자를 창업한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차남이다. 1998년에 녹십자에 입사해 2015년에 공동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고 2016년부터는 단독으로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허은철 대표가 보유한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은 2.60%에 불과하다. 동생인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2.91%)보다도 적다.
현재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다.
허일섭 회장은 고 허영섭 녹십자 창업주의 동생인데 7월20일을 기준으로 녹십자홀딩스 지분 12.16%를 보유하고 있다.
허일섭 회장의 부인과 자녀 3명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14.06%에 이른다.
허일섭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도 녹십자홀딩스 지분 9.79%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박용태 녹십자홀딩스 부회장이 개인주주로는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인 4.87%를 들고 있다.
허용준 부사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미래나눔재단은 4.38%,
허은철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목암과학장학재단은 2.10%를 보유하고 있다.
한일시멘트 일가가 확보하고 있는 지분을 모두 더하면 8.64%에 이른다. 한일시멘트는 허영섭 녹십자 창업주의 부친이자
허은철 대표의 조부인 허채경 창업주가 세웠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허일섭 회장의 의중에 따라 GC녹십자그룹의 경영권 향배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허일섭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상무도 2014년에 녹십자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어 잠재적으로 GC녹십자그룹을 이끌 수 있는 경쟁자다. 특히 허진성 상무는 2018년 1월에 GCBT의 상무로 임명되며 경영 및 조직관리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GCBT는 북미 진출을 위해 GC녹십자가 캐나다에 설립한 혈액제제 생산법인이다. 녹십자홀딩스는 최근 GCBT 지분 전량을 스페인 혈액제제기업 ‘그리폴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만큼 허진성 상무는 국내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아직 매각작업이 완료된 것이 아니라 허진성 상무의 복귀 여부에 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허은철 대표는 GC녹십자의 매출원 다각화를 통한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C녹십자는
허은철 대표가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2015년부터 5년 연속 매출 1조 원을 넘었다.
허은철 대표는 전통적으로 GC녹십자가 강점을 지니고 있던 혈액을 포함한 제제와 백신에 매출을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허은철 대표는 혈액제제, 일반제제, 백신제제가 GC녹십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16년 79%(1조69억 원)에서 2019년 74.9%(1조256억 원)로 낮췄다.
올해 2월에는 유비케어를 인수해 디지털헬스케어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유비케어는 병원과 의원에 전자의무기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이 분야에서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어 GC녹십자가 신약을 개발하고 영업망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매출이 늘어나는 데 비해 영업이익이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은
허은철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GC녹십자는 2015년에 매출 1조478억 원, 영업이익 917억 원을 내며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2019년에는 매출 1조3697억 원으로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2015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403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미래성장을 위한 연구개발비 비중을 꾸준히 늘린 탓에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는 2015년에 연구개발비로 1019억 원을 지출한 뒤 꾸준히 투자를 늘려 2019년에는 1507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