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이 자율화되면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질 것.”(금융위원회)
“다양한 보험상품의 출시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들도 혼란을 느끼게 될 것.”(금융감독원)
보험산업 규제완화와 자율화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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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강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금감원이 상급기관인 금융위 방침에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하지만 내부적으론 볼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10월19일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두 기관 사이에 시각차가 표출되고 있다.
이 ‘로드맵’은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되는데 보험회사의 상품개발 자율성 제고, 다양한 가격의 상품 공급 확대, 표준약관 폐지 등을 뼈대로 한다.
특히 보험사에 상품은 물론이고 가격 결정권도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금감원의 인가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보험상품 사전신고제도가 폐지되고 보험상품 개발 이후 사후보고제로 전환된다. 다만 의무보험이나 새로운 위험보장 상품을 개발하는 경우만 사전신고를 하면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후보고제가 정착되면 비슷한 상품, 이른바 ‘붕어빵’식 보험상품이 줄어들고 다양한 보험상품이 개발될 것”이라며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이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매우 쉽게 보험상품이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속을 끓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특정상품이 히트를 칠 경우 이와 유사한 상품이 약 반년 안에 출시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사후보고제로 바뀌면 비슷한 상품이 더 쉽게 시장에 출시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큰 차이점을 알지 못한 채 보험상품에 가입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험회사에 대한 규제가 급격하게 풀리면 보험료가 오르게 되고 복잡한 약관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이러한 기류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임 위원장은 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 강연회’에서 “보험업계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데 대해 금감원에서 다른 의견을 지닌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반드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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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3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열린 서울 2015 서민금융&취업 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그는 “상품 사전인가제와 표준약관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보험산업의 발전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금감원에서 다른 의견이 나오는 등 저항이 거세지만 반드시 없애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위원장이 ‘금감원의 이견’까지 언급하며 강한 어조로 밀어붙이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금감원은 금융위에 소비자 보호 강화를 포함해 보험산업을 단계적으로 자율화하는 방안을 건의했지만 금융위 로드맵에는 담기지 못했다.
금융위 방침대로 되면 금감원의 권한은 앞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사전심사를 사후심사로 바꾸게 되면 당장 상품감독 관련 인력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보험업 자율화가 소비자보다 보험회사들의 입지만 강화해주는 조치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자율화라는 명목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 보험료 인상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