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임금협상 중단 한달 만에 협상을 재개한다.
노조 집행부 교체로 당초 12월이나 돼야 임금협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더 일찍 협상테이블에 마주앉는 것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고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12월 초에 새 집행부가 들어서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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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과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
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12일 임금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새 집행부 구성을 위한 선거 때문에 10월13일 교섭을 중단한지 한달 만이다.
현대중공업 노사 임금협상은 새 집행부가 새로 출범한 뒤인 12월 초에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현 집행부가 회사에 공문을 보내 임금협상 재개를 요청했고 회사가 이를 수락하면서 임금협상이 재개됐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12월에 신임 집행부가 원점에서 임금협상을 다시 시작할 경우 임금협상이 또다시 해를 넘길 우려가 있어 교섭을 재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모 위원장은 임기 안에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도 정병모 위원장과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는 말도 나돈다.
새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백형록 위원장은 ‘불타협 무관용’을 내세워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백 위원장이 정병모 위원장보다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게다가 임금협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회사의 협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오갑 사장의 임기도 내년 3월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권 사장이 유임될 가능성도 높지만 임금협상이 지난해처럼 해를 넘길 경우 권 사장의 ‘레임덕’ 현상으로 임금협상이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3일 윤문균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대표를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에 내정하는 등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은 11월 중에 조직개편과 후속 임원인사를 끝내기로 했다.
그러나 권 사장의 유임 여부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표이사 교체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과 정 위원장이 임금협상을 재개하면서 해를 넘기지 않고 타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노조는 임금인상, 회사는 임금동결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팽팽하게 맞서왔다. 노사가 임금협상을 재개해도 어느 한쪽에서 양보하지 않는 한 줄다리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임금협상 합의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새 노조 집행부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새 노조 집행부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노조원의 기대보다 낮은 수준에서 합의안이 마련될 경우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될 공산이 크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합의안을 한차례 부결시킨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정병모 위원장은 협상에 다시 나서 겨우 타결에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