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지사가 내놓은 공매도 금지 추가연장을 비롯한 여러 정책제안들과 관련해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반응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계’로 꼽히는 김병욱 의원 등이 9월15일까지 한시적으로 제한한 공매도 금지기간을 연장하고 공매도의 부작용을 고려해 제도 자체를 고치는 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 지사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매도 금지 추가 연장하고 불법공매도에 강력한 법적처벌을’이란 글을 올린 뒤 바로 입법절차를 검토하는 것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글을 올려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 발의에 힘쓰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공매도의 제도적 개선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고자 한다”며 “공매도를 비롯한 최근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제안을 보내주고 있는 이 지사의 노력에 감사드리며 국회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6일 모든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제안한 법정 최고이자율을 연 10%로 제한에도 동조하는 움직임이 나온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7일 이 지사가 제안한 내용이 담긴 ‘이자제한법 및 대부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밖에도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수술실 CCTV(폐쇄회로TV) 설치 등과 관련해 이 지사의 정책 아이디어에 공감을 표시하거나 적극적으로 입법화하는 당내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이 지사의 당내 입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단순히 이 지사의 정책 아이디어를 참고해 입법활동을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와 접촉면을 넓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전부터 유력 대선주자로 평가받았지만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이 늘 약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당의 주류세력인 ‘친문재인계’의 배척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이 지사의 대선행보에 치명적 걸림돌로 꼽혔다.
게다가 4월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재명계의 원내 진출 성과도 부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명계 중진인 정성호 의원이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9표를 받는 데 그친 것도 당내 이재명계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란 말이 나온다. 당시 ‘당권파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태년 원내대표는 82표, ‘핵심 친문’으로 불리는 전해철 의원은 72표를 받았다.
이 지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굵직한 정책들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입법을 요청하며 당내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는 배경에는 당내 지지기반을 키워야 하는 이 지사의 절실한 사정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지사가 올해 초부터 대선주자 지지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며 오랫동안 대선주자 선두를 지킨 이낙연 의원과 민주당 대선경쟁에서 양강구도를 이루자 당내에서 이 지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사뭇 달라졌다.
이 지사가 이 의원과 대선주자 지지율 격차를 상당히 좁힌 데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이 의원을 앞서며 당내 의원들이 이 지사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19%의 지지를 받으며 17%의 지지를 받은 이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9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당내 계파 분화는 점차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뿐 아니라 정세균 국무총리, 김부겸 전 의원 등 당내 ‘지도자급’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과 각 세력 사이 합종연횡도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이 지사를 향한 지지와 더불어 견제도 거세질 것으로 에상된다.
이미 견제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친문 전해철 의원은 이 지사가 내놓은 '최고 법정금리를 10% 제한' 제안과 관련해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자율 하락으로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대출이 거절될 서민은 결국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점을 살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송영길 의원도 13일 “‘최고이자율 20%’는 민주당 당론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며 이 지사의 제안에 선을 그었다. 송 의원은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의원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