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적쇄신을 통한 새판을 짜고 있다.
‘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는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퇴진하는 등 과감한 쇄신 없이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발표된 롯데그룹의 비정기 임원인사가 신상필벌의 계열사 인사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시선이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황 부회장의 퇴진 배경에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인 유통과 화학의 부진이 꼽히는 만큼 해당 계열사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부회장은 1974년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 전신)에 입사해 부장시절부터 신 회장과 함께 동거동락한 최측근인데 이런 그가 물러난다는 것은 롯데그룹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화학사업은 폭발사고가 발생하는 등 외부적 악재가 겹쳤고 유통사업은 온라인 전환의 속도가 더뎌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롯데지주 새 대표이사에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 선임안건을 의결했다.
이 밖에도 이훈기 롯데렌탈 대표이사 전무가 지주 경영혁신실장으로 이동하는 등 2019년 정기 임원인사에 이어 다시한번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쇄신을 꾀했다.
신 회장은 2018년 10월 경영에 복귀한 뒤로 ‘뉴롯데’를 내걸고 인적쇄신을 진행해왔지만 정기 임원인사가 아닌 때 깜짝 임원인사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말에는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회공헌 위원장 사장을 포함해 고 신격호 회장의 측근들이 물러났고 2019년에는 롯데그룹 임원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180여 명을 교체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임원인사와 함께 그룹의 전략을 담당했던 경영전략실도 경영혁신실로 이름을 바꾸고 신사업 발굴과 시너지 등으로 역할을 축소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그룹 전략을 담당했던 지주의 역할을 줄이는 대신 현장인 계열사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위기 극복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팀장급 인력의 절반가량을 계열사로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계열사들의 조직재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유통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가 지주 대표이사로 발탁돼 앞으로 롯데쇼핑 등 유통사업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롯데쇼핑은 2020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4억 원을 거두면서 2019년 2분기와 비교해 98.5% 급감했다.
2019년에도 중국사업 철수 등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성 악화 영향을 받아왔던 점을 놓고 보면 최근 유통사업의 수익성 악화는 단순히 코로나19의 영향 때문만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기대했던 ‘롯데ON’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롯데그룹 유통사업 변화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는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쇼핑은 4월 통합 온라인몰 ‘롯데ON’을 정식 출범하면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물류 통합 등의 과정을 밟고 있다.
신 회장은 줄곳 유통사업에서 디지털전환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을 강조해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반영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그룹의 생존과 미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임원인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