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정용석(왼쪽 두번째) 산은 기업구조조정본부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별관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주)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지원방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송구하다, 하지만 억울하다.'
정용호 KDB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장은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런 기색이 역력했다.
표정은 굳었고 입은 굳게 다물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대한 책임론을 그만큼 무겁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2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에서 열린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정용석 기업구조조정 본부장은 '나홀로'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정용호 부문장은 인사말 외에 한마디로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보도자료만 응시할 뿐이었다. 함께 자리한 유현석 기업구조조정 실장도 굳은 표정으로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정용석 본부장은 시종일관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수혈해 경영정상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채권단과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율협약이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대우조선해양이 자율협약(워크아웃) 또는 회생절차를 추진할 경우 채권단의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유동성을 공급하고 내부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신규출자와 신규대출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에 4조2천억 원의 유동성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2조6천억 원은 산업은행이, 1조6천억 원은 수출입은행이 각각 지원한다.
정 본부장은 “유상증자와 대출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게 되겠지만 아직 투자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유상증자의 경우 정관상 수권자본금이 제한되어 있어 11월부터 순차적으로 주주총회를 통해 수권자본금을 늘린 뒤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권자본금은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 이사회에서 증자할 수 있는 최대 자본금을 말한다.
그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총 4조 원이 넘는 유동성을 공급할 여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산업은행이 현재 확보하고 있는 유동성과 재무상태를 봤을 때 2조6천억 원의 유동성 공급에 무리가 없다”며 “수출입은행도 이번 유동성 공급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올해 말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400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정상화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2016년 말까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을 500%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산업은행이 2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면 2016년 말 부채비율이 420%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 지속적으로 거액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 본부장은 “산업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의 손실이 매우 큰 상태”라며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가 안 되면 채권단과 국가경제 손실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다른 조선사와 달리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해양플랜트에 집중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기초체력이 있고 기술력도 확고한 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익을 개선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대한 산업은행의 관리부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은행은 이런 책임론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정 본부장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관리감독 책임 논거 가운데 하나가 산업은행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했다는 것인데 방대한 회사를 CFO 한 명으로 관리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슈퍼맨은 아니지 않느냐”며 “대우조선해양 부실은 조선사들이 플랜트사업에 진출한 이후 유가하락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대규모 손실을 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