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회사들이 IPTV사업자들과 송출수수료 협상 테이블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큰 폭의 인상률을 받아들이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면서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홈쇼핑회사들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원하고 있지만 오히려 정부는 홈쇼핑회사들이 협력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를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26일 홈쇼핑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홈쇼핑사들은 인기채널 번호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IPTV사업자와 송출수수료 협상 테이블에서 협상력을 발휘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방송 채널을 두고 경쟁하는 사업자는 TV홈쇼핑사 7곳과 T커머스 10곳 등 모두 17곳이다.
T커머스는 리모컨으로 TV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로 TV홈쇼핑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방식이다.
TV홈쇼핑끼리만 경쟁하던 때와 비교해 경쟁자는 더욱 늘어났지만 최근 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케이블TV사업자가 IPTV로 인수합병 되면서 협상 우위는 IPTV사업자쪽으로 완연히 기울었다.
IPTV사업자는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3곳뿐으로 이들은 K쇼핑이나 SK스토아 등 자체 T커머스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이 T커머스회사들은 이전에는 채널번호가 뒤쪽인 30번 전후에 주로 있었지만 최근에는 ‘황금채널’로 분류되는 10번 대에 들어오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SK스토아와 K쇼핑, 신세계TV쇼핑 등 T커머스회사들은 지난해 1분기 적자에서 올해 1분기에는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TV홈쇼핑회사와 협상 과정이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면 계열 T커머스업체들이 높은 송출 수수료로 계약을 맺으면서 황금채널을 차지한다는 것이 TV홈쇼핑 업계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송출수수료 수준이 높아지고 다음해 협상 테이블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그보다 큰 송출수수료를 지불하고 인기 채널 번호를 차지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IPTV3사 송출수수료는 2014년 1757억에서 2015년 2404억, 2016년 3368억, 2017년 4890억, 2018년 7127억, 2019년 9064억 원으로 늘었다.
2019년에는 홈쇼핑업체들의 방송매출 50% 가량이 송출수수료로 나간 것이다.
올해 송출수수료 협상에서도 약 20%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IPTV3사의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홈쇼핑업체들은 송출수수료 부담을 줄여달라며 정부의 개입을 원하고 있지만 오히려 정부는 공적 책임을 강화하라며 홈쇼핑회사들이 협력사들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를 낮추라고 주문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사업자 승인 심사를 받아야하는 홈쇼핑회사들로선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홈쇼핑업체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업자에게 줘야하는 돈은 매년 급증하고 반대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줄여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송출수수료 인상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판매수수료율을 낮출 여력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올해 과기정통부는 송출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송출수수료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신청이 있거나 과기정통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대가 검증협의체'를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2017년 ‘유료방송 홈쇼핑 상생협의체’를 꾸려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만든 데 이어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홈쇼핑업체들은 실효성이 거의 없는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홈쇼핑업체의 다른 관계자는 “홈쇼핑회사가 송출수수료 협상 테이블에서 철저한 ‘을’인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2017년에 만들어진 가이드라인도 현재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