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조직개편과 인사를 계기로 기업은행 체질 바꾸기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혁신TF'를 중심으로 사업체질 개선방안을 마련해 왔다.
21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윤 행장은 7월 말에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윤 행장이 실시한 하반기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 맞춰 기업은행이 추진할 변화에 관련해 임직원과 논의하고 구체적 전략을 수립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매년 7월 실시하는 하반기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 방안을 이날 발표했다.
모험자본 공급과 신생기업 육성 및 금융지원 등을 담당하는 부서를 모두신설 조직인 '혁신금융그룹'으로 통합해 운영하고 부행장급 인사인 혁신금융그룹장을 새로 선임하는 내용이다.
투자상품 등 자산관리 관련된 상품 선정과 판매, 사후관리를 모두 신설조직인 자산관리그룹으로 이동해 기존의 여러 자산관리부문 조직운영을 일원화하는 변화도 포함된다.
윤 행장이 올해 초 취임한 뒤 구상하고 있었지만 실행으로 옮기기 쉽지 않았던 기업은행 혁신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기업은행 상반기 인사가 예정보다 미뤄졌고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만큼 하반기 인사와 조직개편도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윤 행장은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를 계기로 상반기부터 구상하고 있던 기업은행 체질 변화에 마침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윤 행장은 2월부터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을 주요 목표로 두고 기업은행이 앞으로 바뀌어나갈 방향을 논의하는 '혁신TF(태스크포스)'를 신설한 뒤 방안을 꾸준히 검토해 왔다.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기업은행이 신생기업 및 중소기업 지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소비자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이전보다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윤 행장은 4월 열린 간담회에서 "혁신TF를 통해 다양한 혁신금융 과제를 발굴하고 전문가 의견을 받아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조직개편도 추진계획에 맞춰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TF에서 약 반년 동안 준비해 온 체질 개선방안이 이번에 실시하는 조직개편에 반영됐을 공산이 크다.
윤 행장은 혁신TF가 이끄는 기업은행 체질 변화를 통해 글로벌 진출 확대와 디지털금융 분야를 강화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수립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과 디스커버리펀드 환매 중단사태 등 기업은행이 우선순위로 두고 있던 과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윤 행장은 2월 정식으로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해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로 피해를 본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데 사실상 모든 역량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돕는 기업은행 본연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금융지원방안 실행을 우선순위로 둬야만 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전국 영업점을 돌며 현장경영에 주력했고 금융지원 인력 확충과 직원 성과평가체계 개편 등 변화를 추진해 왔다.
기업은행은 윤 행장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 5개월 동안 13조 원 넘는 규모로 저금리 긴급대출을 제공하는 등 우수한 금융지원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4월부터 불거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도 윤 행장에게 부담이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서 환매를 중단한 펀드는 기업은행이 윤 행장 취임 전에 판매했지만 투자자들이 윤 행장을 향해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결국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투자자에 원금 50%를 가지급하기로 결정하고 디스커버리자산운용도 최근 펀드 환매를 일부 재개하면서 사태가 다소 진정되고 있다.
윤 행장이 마침내 취임 초반부터 구상하던 기업은행 사업체질방안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행장을 기업은행장에 선임한 배경을 두고 "기업은행에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판단해 외부출신 행장을 발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한국판뉴딜'을 추진하며 유망산업 분야 신생기업과 중소기업 지원을 중심에 두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기업은행이 정부 정책과 관련해 담당하는 역할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행장이 기업은행 체질 변화를 통해 정책금융기관으로 정체성을 더 강화하고 청와대 관료출신의 장점과 역량을 증명할 기회도 얻게 되는 셈이다.
기업은행은 이런 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상 금융지원 업무를 꾸준히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업무에는 제한이나 한도를 두지 않고 꾸준히 재원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