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폴크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디젤차 전략을 수정할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최근 몇년 동안 수입차의 공세를 막기 위해 디젤엔진 개발에 힘써왔다. 덕분에 현대기아차의 디젤엔진 기술력은 향상됐고 디젤차 판매 비중도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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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하지만 폴크스바겐 사태가 터지면서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차 개발에 속도를 내는 등 디젤차 전략을 수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디젤모델 판매량이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나면서 현대기아차의 전체 판매량에서 디젤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8월 현대기아차의 내수 판매량은 61만7천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디젤모델 판매량은 25만5700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4%(5만8천여 대)나 늘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현대기아차의 전체 판매량에서 디젤모델이 차지하는 비중도 41.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포인트 올랐다. 현대차가 37.4%로 4.4%포인트 상승했고, 기아차는 46.0%로 12.6%포인트나 급증했다.
현대기아차의 디젤모델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현대기아차가 그랜저나 쏘나타, K5 등 가장 잘 팔리는 주력차종에서 디젤모델을 잇달아 출시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디젤엔진 기술개발에 소홀했다. 대신 미국에서 일본차를 따라잡기 위해 가솔린 엔진 개발에 더 집중했다.
정부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디젤차에 환경개선분담금을 부과하는 등 가솔린 기술 위주의 정책을 펴온 것도 현대기아차가 디젤엔진 기술 개발에 비중을 덜 둔 요인이었다.
하지만 BMW나 폴크스바겐 등이 국내에서 디젤세단을 내세워 내수 점유율을 크게 올리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뒤늦게 디젤엔진을 탑재한 세단을 내놓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독일의 디젤세단과 정면승부를 펼치기 위해 내놓은 그랜저 디젤은 올해 들어 8개월 동안 1만 대나 팔렸다.
7월 출시된 쏘나타 디젤도 2달 만에 1700여 대가 팔렸다. K5 디젤은 8월 한 달 동안 931대 판매됐다.
현대기아차의 디젤엔진 기술력도 차츰 인정받고 있다. 수입차에 비해 힘과 연비가 부족하다는 선입견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 등 준대형 세단시장에서도 디젤차의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좋은 반응을 얻자 디젤세단 라인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최근 폴크스바겐 사태로 디젤차 위기론이 제기되면서 현대기아차의 디젤차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순히 디젤차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최근 “디젤차가 친환경 측면에서 타격을 받은 데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저유가가 지속되면 소비자의 관심이 낮아질 수 있다”며 “각국 정부의 디젤차 규제가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천수 기아차 부사장은 “앞으로 디젤차시장이 위축되고 친환경차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출시가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