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넘기 위해 대한항공 조직을 가볍게 만들고 있다.
2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최근 유럽 지역본부와 동남아시아 지역본부를 폐쇄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대한항공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 영업과 운송, 화물 기능을 각각 분리해 지역 상황에 따라 본사와 해당국가 지점에서 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대한항공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미국지역과 중국, 일본 등 3곳에만 해외 지역본부를 두고 운영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조직을 축소하게 됐다”며 “본사와 지점의 효율적 업무를 위해 글로벌 영업지원 조직과 24시간 여객운송 지원센터를 본사에 신설해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여러 국가로 구성된 유럽 지역본부와 동남아시아 지역본부가 각 나라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처리하는 데 효율성이 떨어지고 본사가 즉각적으로 대응하는데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항공업황이 급박하게 변화하자 그동안 제기됐던 지적을 받아들이고 조직 사이의 소통을 강화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해외 지역본부에 메스를 들이댄 것으로 판단된다.
조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해외 지역본부의 기능을 각국 지점으로 옮기면서 각 지역의 운영 전문성을 높이고 본사에서 직접 해외 지역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2017년 대한항공 7대 사장 취임 때부터 조직 내부의 변화와 소통을 강조해왔는데 이번 조직개편도 소통과 혁신을 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017년 사장 취임사에서 “항공산업은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며 “회사의 모든 조직이 변화를 향한 의지를 공유하고 노력해야 안전과 서비스가 담보된다”고 말했다.
경영혁신은 조직개편뿐 아니라 개별 사업전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의 지시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운영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객기 좌석까지 뜯어내 화물운송 역량을 키우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대한항공은 보잉 777 여객기의 일부 좌석을 제거한 뒤 화물을 싣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싣는 것을 인허가권자인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아울러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도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여객기 좌석까지 제거하면서 화물기를 활용하려는 것은 그만큼 수익을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 대한항공이 화물운임 급등과 비용절감 효과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높게 책정된 화물운임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화물분야 집중과 유류비 및 인건비 절감에 힘입어 올해 2분기에 매출 2조7560억 원, 영업이익 1007억 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화물운송편 부족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