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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로 삼성그룹이 이재용체제로 전환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을 이재용체제로 전환하는 마지막 과정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이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주식 19.3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다른 계열사에 대한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재용 부회장(25.1%)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8.4%),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8.4%) 등 3세들이 모두 대주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인적분할한 뒤 한 쪽을 에버랜드와 합병해 에버랜드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들어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계속해 왔다. 불필요한 순환출자고리를 끊고 전자부문은 삼성전자를, 금융부문은 삼성생명을 각각 중심에 놓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지난 8일 삼성SDS의 상장을 발표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3세들이 모두 2조원 규모의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할 길도 확보해 놓았다.
특히 삼성에버랜드가 주목되는 것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3세들이 삼성그룹을 공동경영하는 형태로 갈 것인지, 아니면 계열사를 분리해 각자경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잣대가 바로 삼성에버랜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성격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를 쪼개 계열분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건희 회장도 이병철 창업주가 유산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탓에 이맹희씨와 소송다툼을 한 일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삼성에버랜드를 쪼개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레저부문을, 이서현 사장은 패션부문과 제일기획을 지배하며 독립할 가능성이 높다. 두 자매는 삼성SDS가 상장할 경우 각각 5천억 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자금을 계열분리에 사용할 수 있다. 혹은 두 자매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호텔신라와 제일기획에 대한 삼성그룹 계열사 보유지분과 맞교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동안은 3세들이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각각의 몫으로 정해진 계열사들을 경영하는 방식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을 상속받으려면 2조 원 가량의 세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삼성SDS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이건희 회장의 유산을 상속받은 뒤 삼성에버랜드 지주회사체제에서 계열사를 경영하다 계열분리를 검토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는 이병철 창업주가 선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는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그룹을 넘겨주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에게 일부 계열사를 내줬다. 그리고 나중에 삼성그룹에서 분리해 나가도록 했다.
업계는 삼성에버랜드가 기업가치를 키우면서 보유지분의 가치가 높아질 때까지 계열분리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에버랜드가 레저 이외에도 패션,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는 것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경우 삼성SDS를 제외하면 삼성에버랜드 주식밖에 없는 만큼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이 지분으로 호텔신라나 제일기획의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는 이 모든 경우를 더욱 앞당기거나 늦추도록 만들었다. 재계는 삼성에버랜드와 함께 삼성그룹의 건설 화학 중공업 분야에 대한 지배구조가 어떻게 재편될지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