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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놓고 셈법 복잡, 인수 포기 통보에는 부담 많아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2020-07-15 15: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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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선결조건 해결을 요구한 마감시한이 왔다.

이스타항공이 이렇다 할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만큼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제주항공이 실제로 인수계약을 파기하기로 결정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놓고 셈법 복잡, 인수 포기 통보에는 부담 많아
▲ 제주항공 항공기. <제주항공>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갈등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만큼 정부의 지원 규모 등에 따라 봉합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주항공은 15일까지 이스타항공에게 인수를 위한 선결조건을 해결하라고 요구했지만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 일부를 반납하겠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스타항공이 ‘인력감축 중단’을 전제로 밀린 임금을 반납하는 방안을 직원들 표결에 붙이는 등 애썼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이 방안도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이밖에 이스타항공은 국토부에 공항시설 이용료 감면을 요청하고 정유사와 리스사 등에 유류비 및 리스비 감면 등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으로선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임금반납이 이뤄지더라도 체불임금이 전체 미지급금의 일부밖에 되지 않는 데다 ‘인력감축 중단’이라는 요구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사실상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선결조건을 해결하라고 통보한 1일과 비교해 이스타항공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인수작업의 향방은 사실상 제주항공의 결정에 달린 상황이 됐다.

다만 제주항공에서 이스타항공 인수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떠나 당장 인수계약 파기를 선언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주항공 역시 “마감시한인 15일 자정이 넘는다고 해서 계약이 자동파기 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정부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마무리하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이스타항공도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다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먼저 파기를 선언하기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먼저 계약을 깨는 모양새로 가게 된다면 불가피하게 이어질 계약금 반환소송 등 법적 분쟁에서 자칫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계약 마무리를 위한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과 계약서의 비밀유지조항이 지켜지지 않았단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인수무산의 책임이 대부분 이스타항공에 있다는 근거로 이후 진행될 수도 있는 법적 분쟁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파악됐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라 운항중단 및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만큼 현재 이스타항공의 부실이 제주항공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문제삼고 있는 미지급금 문제 등은 이미 주식매매계약을 맺기 이전부터 제주항공이 알고 있었던 사안인 만큼 계약을 깰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도 반박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거래 무산에 대비해 책임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후 법정으로 가더라도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그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

자칫 제주항공으로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히는 것뿐 아니라 계약금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이런 논란들이 지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는 만큼 봉합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제주항공으로선 경영개입에 따른 책임론이, 이스타항공으로선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된 의혹이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가 자칫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로부터 전폭적 지원을 약속받는다면 규제산업인 항공업에서 원래 의도했던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재편이 앞당겨지고 있는 만큼 이번 위기만 넘는다면 정부의 지원 아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뒤를 잇는 업계 3위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보단 사정이 낫지만 제주항공도 코로나19 위기를 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도 제주항공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 보다는 정부가 이스타항공 인수를 진행하면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지원방안 및 규모 등이 논의되는 상황을 살필 가능성이 높다.

제주항공은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항공의 최종답변을 기다린 뒤 16일부터 이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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