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계속 악재를 만나 곤혹스런 처지로 몰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지원이 미뤄지면서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된 데 대한 산업은행 책임론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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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서 한계를 보이면서 산업은행의 기능도 대폭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열린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지원을 보류하기로 결정하면서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책임론이 더욱 무거워졌다.
홍 회장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지원을 통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홍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살아날 가능성이 큰 회사”라며 “기술력을 요구하는 LNG선과 특수선에서도 세계 1위”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4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에 여신회수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이날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산업은행의 대책에 제동이 걸렸다. 대우조선해양의 자구책이 선행되지 않는 이상 산업은행의 지원방안이 ‘혈세 퍼주기’에 그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31.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왔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영업손실에 산업은행이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홍 회장은 산업은행은 최선은 다했다는 입장을 보이며 책임을 피하는 자세를 보여 왔다.
홍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손실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지 않았다”며 “최고경영자가 재무자료를 계속 점검했지만 복잡한 해양 프로젝트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자금지원 보류를 결정하면서 이런 홍 회장의 발언은 더욱 궁색해졌다.
산업은행이 정성립 사장을 통해 추진해 온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미흡하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어서 앞으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에 대한 산업은행의 발언권도 크게 위축되게 됐다.
홍 회장은 잇따른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현대증권 매각불발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동시에 현대증권 매각주관사를 맡고 있다.
이동열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20일 성명서에서 “산업은행은 현대그룹에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현대증권 매각이 포함된 재무구조개선안을 요구했다”며 “이를 위해 매각주관사로 직접 나섰다면 매각무산 이후 발생할 재무구조 악화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서 연거푸 한계를 보이면서 산업은행의 역할도 재조정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금융위는 이르면 10월 안에 ‘정책금융 역할 강화방안’을 발표한다. 금융위는 이 방안에서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기업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유암코를 비롯한 민간기관에 넘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면서도 자회사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상업은행 역할도 함께 맡으면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며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민간에 넘기고 정책금융 지원에 충실한 쪽으로 역할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