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이며 겉으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가슴에 품은 날카로운 비수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대검찰청은 9일 입장문을 내고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검언유착 의혹을 자체 수사하게 됐고 이 사실을 서울중앙지검에 통보했다”며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검찰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된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검언유착사건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의 지휘‧감독을 배제하고 서울지검이 독립적으로 수사를 하도록 하라는 추 장관의 지휘를 윤 총장이 수용한 셈이다.
하지만 대검은 이날 입장문에서 굳이 필요없는 토를 달았다.
대검은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에서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윤 총장을 수사지휘에서 배제한 추 장관의 조치를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배제에 빗댄 것인데 ‘항명’에 따른 후폭풍을 피하면서도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댓글사건 수사 때처럼 검찰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란 뜻을 내비친 셈이다.
이에 대해 추 장관도 9일 입장문을 통해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윤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을 놓고 보여준 윤 총장의 행보와 대응을 보면서 윤 총장이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은 커지고 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9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윤 총장이 대통령 출마하려고 계속해서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우고 충돌하는 정치적 모양새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여의도에서 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댓글사건 때 직무배제에 빗댄 것은 친박근혜와 친문재인을 제외한 정치적 공간에서 위상을 계속 높이겠다는 뜻이 갈려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자리잡고 있다.
검찰과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반문재인의 상징으로 검찰총장 자리를 계속 지키면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고 대통령선거 정국으로 급속히 전환되면 그 때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는 눈도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최강욱, 황희철 이런 분들이 관여해 추 장관과 협의한 흔적들이 있다”며 “윤 총장을 쫓아내기에 추 장관만으로 모자랐는지 옆에서 조언한 이런 비선들이 모두 문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반문재인의 상징으로 윤 총장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해 6월30일 발표한 '6월 다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10.1%의 지지율을 보였다.
홍준표 의원은 5.3%, 오세훈 전 시장은 4.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9%,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7% 등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조사대상인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6만1356명 가운데 최종 2537명이 응답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1.9%포인트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