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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전승호, 대웅제약의 '앨러간 도전' 야심찬 꿈 물거품 위기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0-07-08 15: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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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예비판결에서 10년간 수입 금지를 권고한 것을 두고 최대 승리자는 보톡스기업 ‘앨러간’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예비판결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유럽과 중국 등에서도 앨러간에 도전조차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오늘Who] 전승호, 대웅제약의 '앨러간 도전' 야심찬 꿈 물거품 위기
▲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둘러싼 미국에서 소송전은 사실상 대웅제약 미국 파트너인 에볼루스와 메디톡스 협력사인 앨러간의 다툼으로 분석된다.

앨러간은 보툴리눔톡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보톡스'를 통해 세계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는 점유율 75%가량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에볼루스가 대웅제약의 나보타를 미국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점유율 구조에 큰 변화가 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

에볼루스는 2019년 5월 나보타를 미국에 출시했는데 나보타 가격이 보톡스보다 20% 저렴하게 책정됐다. 또 에볼루스의 모회사가 미국 의사들이 만든 회사여서 나보타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급격하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에볼루스의 모회사인 스트라스페이크라운은 미국 의사들이 지분을 투자해 만든 사모투자회사다. 미국 전체 피부과, 성형외과 의사들의 25% 정도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사들은 나보타가 많이 팔릴수록 스트래스페이크라운로부터 배당을 많이 받는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미국 의사들이 경쟁제품 대신 나보타를 적극적으로 처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앨러간이 메디톡스와 함께 나보타의 미국 진출에 제동을 거는데 성공하면서 앨러간은 미국에서 독과점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7일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최종 결정권을 지닌 ITC위원회에 10년의 수입 금지명령을 권고했다.

예비판결의 결정이 최종판결에서 번복되는 사례는 많지 않아 대웅제약으로서는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제약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앨러간은 대웅제약이 미국 보툴리눔톡신 시장에 들어오면서 기존 파이를 심하게 나눌 수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를 막는 데 성공했다”며 “최근 앨러간을 인수한 미국 제약사 애브비는 올해 1분기 로비에만 36억 원을 지출했는데 이런 움직임과 미국 자국산업 보호주의 등과 같은 정책적 판단도 판결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호 사장은 2018년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나보타와 관련된 사업을 모두 진두지휘했는데 현재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사장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예비판정 뒤 12일 이내에 재검토 요청, 최종판정 뒤 14일 이내에 위원회 재심 요청, 최종판정 뒤 60일 이내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 등이 있다. 하지만 재판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예비결정은 행정판사 스스로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절취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며 “이 부분을 적극 소명해 최종판결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대웅제약이 미국 보툴리눔톡신시장에서 철수하게 된다면 유럽과 중국진출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2019년 9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나보타 판매허가를 받았고 중국에서는 현재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되면 유럽에서는 2020년, 중국에서는 2022년 나보타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판결에서도 앨러간의 손을 들어준다면 나보타의 유럽, 중국 진출도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앨러간이 유럽과 중국에서도 소송을 통해 대웅제약의 진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했다는 것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결을 통해 확정되면 향후 다른 소송에서 대웅제약이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앨러간은 현재 유럽에서 70%, 중국에서 40%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대웅제약 나보타의 균주 출처를 놓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기술을 불법취득해 사용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올해 3월 대웅제약 연구소를 현장조사하겠다고 요청했다. 대웅제약이 이를 거부하자 중기부는 과태로 500만 원을 통지했고 대웅제약이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앨러간과 합의를 통한 종결보다는 1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 판결 이후까지도 소송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비용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다만 향후 미국 연방법원에 항소했을 때 앨러간의 반독점법 위배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아직 최악의 가정을 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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