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올해 서울 도시정비사업에서 강세를 뚜렷히 이어가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풍부한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장점으로 꼽히는데 향후 서울 도시정비사업시장이 두 건설사의 양강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
23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물산이 올해 도시정비사업으로 돌아오면서 5년가량 유지됐던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의 3강구도가 깨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사업(1조8880억 원)을 따내 수주액 3조2764억 원으로 올해 도시정비사업 1위를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삼성물산이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2400억 원)와 반포주공1단지 3주구(8087억 원) 재건축사업을 수주해 수주액 1조487억 원으로 도시정비사업 3위에 올라있다.
2위인 롯데건설(1조5887억 원)과 격차가 있지만 국내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 2건을 따내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하반기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삼성물산이 하반기 뛰어들 만한 도시정비사업장으로는 서울시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 등이 꼽힌다.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은 공사비 4400억 원 규모로 삼성물산이 이를 수주하면 롯데건설과 격차를 단번에 줄일 수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풍부한 자금력을 토대로 한 입찰제안으로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올해 입찰한 주요 도시정비사업에서 모두 후분양이나 대규모 이주비 등 시공사의 금융비용 부담이 큰 제안을 내세워 성과를 거뒀다.
이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국내 건설사 가운데 현금성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라는 시각이 많다.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건설은 3조8437억 원, 삼성물산은 2조8606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국내 건설사 1, 2위에 해당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금성자산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 신용등급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자금력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며 “자금력 덕분에 조합원들이 원하는 최적의 사업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도시정비사업에서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기성세대들에게 단단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도시정비사업에서 유리한 부분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정비사업은 기본적으로 건축연한 30년 이상인 건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오랜 기간 거주한 중장년층 세대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 중장년층은 전통의 주택강자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브랜드에 두터운 신뢰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래미안은 2000년부터,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006년부터 사용돼오고 있다.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도 최근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고급 아파트 브랜드들이 나왔지만 특히 래미안의 브랜드 가치를 넘을 만한 아파트 브랜드는 아직 없다”며 “대림산업의 아크로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아직은 50~60대에서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고 바라봤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시장에 돌아왔지만 강남지역에서 래미안 선호도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대형 건설사들과 경쟁을 통해 도시정비 수주잔고를 쌓았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시정비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올해 수의계약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들과 경쟁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따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 양강체제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