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이 수리온의 동남아시아 수출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안 사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방산전시회가 취소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자체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며 수리온 수출길을 뚫는다.
23일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따르면 7월 초 완제기 해외수출을 비롯한 수주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조직개편을 실시한다.
이번 조직개편은 안 사장이 2019년 9월 취임 뒤 처음하는 것으로 기존 본부 중심 조직에서 벗어나 사업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안 사장은 최근 아시아 16개국 한국대사들을 사천 본사로 초청해 수리온 파생헬기인 경찰헬기 ‘참수리’를 체험하는 탑승행사도 진행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17일 경상남도, 한국산업인력공단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지원을 강화하는 협약을 맺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각국 대사를 사천으로 모았는데 사실상 동남아시아 외교관들에게 수리온을 알리는 행사로 평가됐다.
이번 행사 역시 안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직접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코로나19로 해외 주요 방산전시회가 취소되는 등 수리온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 해외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 사장은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존의 방산전시회 기회를 노리기보다 자체적 마케팅을 통해 수리온 수출 성사에 힘을 싣기로 한 것이다.
안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해 사실상 올해가 본격적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이끄는 첫 해로 평가된다.
안 사장은 지식경제부 1차관을 지낸 고위공무원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공직을 마친 뒤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해 취임 당시 해외수주 확대를 향한 큰 기대를 받았다.
안 사장은 올해 초 공격적 수주목표를 제시하고 완제기 수출에 힘을 줬는데 코로나19로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사이 해외 완제기 수주잔고는 1분기 기준 4700억 원까지 하락했다. 1년 전보다 40% 줄었고 2015년 말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빠졌다.
수리온 수출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완제기 수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아직까지 수리온을 수출한 적이 없다.
수리온은 군용뿐 아니라 관용으로 쓰이고 향후 민수시장에 대응하기도 수월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현재 수출 주력으로 삼고 있는 기본훈련기 KT-1과 고등훈련기 T-50보다 수출 확장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리온은 2012년 육군 기동헬기(KUH-1)로 개발됐는데 지금까지 경찰, 소방, 산림, 해경 등 모두 7개 기종으로 파생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21년 개발완료를 목표로 현재 소형민수헬기(LCH)를 개발하고 있어 수리온 수출은 향후 소형민수헬기 수출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소형민수헬기를 통해 승객운송, 관광산업 등 민수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노린다. 수리온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헬기 수출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 17일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 본사를 찾은 아시아 16개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수리온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
안 사장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에서도 수리온이 지닌 경쟁력을 알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 수리온 도입이 확대되고 운용실적이 늘면 그만큼 수출 경쟁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경상남도가 국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제주에 이어 2번째로 소방헬기 수리온 도입을 결정했다. 지금까지 정부기관이 관용으로 구매한 수리온은 소발헬기 2대를 포함해 경찰헬기 8대, 산림헬기 1대, 해경헬기 3대 등 모두 14대다.
시장에서는 현재 수리온 수출이 유력한 동남아 국가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꼽힌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국가로도 수리온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도 수리온 첫 수출 성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17일 아시아 16개국 한국대사들 앞에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항공기 개발과 생산, 후속지원으로 각국의 항공기 운영과 국방력 증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