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경영난에 빠진 대기업 자산을 매입하는 지원정책의 중심기관으로 떠오르면서 대한항공과 두산중공업, 쌍용자동차 등의 자산을 사들일 가능성이 나온다.
16일 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7월 안에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난에 빠진 기업은 자금 확보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보유자산을 지나치게 싼값에 팔 처지에 몰리게 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기 전반이 침체되면서 시장에서 매물로 나온 자산이 신속하게 거래될 가능성도 낮아진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적정가격에 기업 자산을 사들이는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자산관리공사를 핵심기관으로 지목했다.
자산관리공사에서 최대 2조 원 규모의 재원을 조달하면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을 통한 민간자본의 참여도 열어두는 방식이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6월 안에 이사회를 열어 자산을 사들이는 데 쓰일 재원 마련에 필요한 캠코채(한국자산관리공사채권) 발행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코채는 자산관리공사에서 사업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공사채를 말한다.
자산관리공사는 캠코채 발행 이후 기업에서 자산을 팔려는 수요를 조사한 뒤 신청을 받아 최종적으로 자산 매입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대한항공과 두산그룹, 쌍용자동차 등이 자산관리공사에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항공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1분기에 영업손실 566억 원을 봤다. 이런 경영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2조 원 규모의 자산 매각방침을 잡았다.
첫 발걸음으로 서울 송현동 부지를 5천억 원 이상에 팔 계획을 세웠지만 이 부지에 문화공원을 지으려는 서울시와 부딪치면서 매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산관리공사가 송현동 부지를 사들인 뒤 서울시 또는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자산 매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에서 보유한 항공기도 자산관리공사에서 사들일 가능성이 있는 자산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이 운용하는 항공기 167대 가운데 80%는 직접 보유, 20%는 리스다.
자산관리공사가 대한항공의 항공기를 산다면 자산을 사들인 다음 원래 주인인 기업에게 빌려주는 ‘세일즈앤리스백’ 방식으로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그룹은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산 매각을 포함한 3조 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았다. 이 자구안에 따라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골프장 클럽모우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은 사업가치를 둘러싼 두산그룹과 투자자의 눈높이 차이로 매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타워 건물을 제외한 두산건설 사옥과 골프장 클럽모우 등의 부동산 매각도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쌍용자동차도 2016년 4분기 이후 열세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보는 상황에서 인재개발원과 물류센터 등의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자산관리공사가 협상을 통해 시장에서 처리되지 못한 두산그룹과 쌍용차 등의 자산을 적정가격에 사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자산관리공사가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산 매입 후 임대 프로그램’ 등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던 점을 고려해 자산 매입을 통한 대기업 지원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
자산관리공사는 2015년부터 자산 매입 후 임대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기업 자산을 인수한 다음 세일즈앤리스백 방식으로 임대해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자산 매입 후 임대 프로그램을 통해 중견기업인 코스모화학 등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다. 이에 힘입어 이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 규모를 2020년 2천억 원까지 확대할 방침도 세웠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체 9515억 원을 출자해 해운사 19곳의 선박 67척을 인수한 다음 해운사들에게 선박을 다시 빌려주는 방식으로 해운산업 정상화도 지원해 왔다.
이번에는 세일즈앤리스백 외에도 자산관리공사와 민간자본이 기업 자산을 같이 사들여 제3자에게 팔거나 자산을 매각한 기업에게 우선인수권을 주는 등 여러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