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는 안드로이드의 노예, 웨어러블 컴퓨터에서는 '엣지'가 없다. 외신들이 삼성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삼성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스마트폰에 있어서는 자체 소프트웨어의 부재를 삼성 스마트폰 최대의 약점으로 꼽았다. 갤럭시 기어는 시도 자체는 인정하지만 제품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외신들은 삼성이 앞으로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구글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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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는 업계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정작 기기 자체는 많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세이다. |
허핑턴포스트는 삼성의 고유 소프트웨어 타이젠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삼성은 갤럭시 폰과 태블릿의 판매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갤럭시 사용자들을 음악이나 메시지 보내기, 기타 삼성 서비스에 '락인(Lock-in)'하는 것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락인이란 특정 디바이스를 사용하던 사람이 다른 서비스나 디바이스로 쉽게 전환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허핑턴포스트는 "갤럭시 소유자들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구글 안드로이드의 업데이트 일정과 안드로이드의 규칙의 노예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 역시 삼성은 OS를 구글이 제작한 안드로이드에 의존해 왔는데, 이로 인해 "삼성 스마트폰의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 체제를 사용하는 다른 회사의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즈는 삼성이 "예전에는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트렌드를 창조해야 한다"고 관측했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의 패스트 팔로워라는 인식을 해소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의존적인 현재의 형태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락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타이젠에 대한 코멘트를 아끼는 편이다. 타이젠은 2013년 가을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미뤄졌으며, 삼성 측에서는 뚜렷한 출시 일자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업계에서는 올 2월 이내에 타이젠의 실체가 확실히 드러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P통신은 타이젠 관련 컨퍼런스에 참가했던 개발자의 반응을 인용해 "타이젠이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점이 있으며, 안드로이드의 강점을 많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드로이드의 입지가 시장에서 탄탄한데 타이젠이 어떻게 선두 주자를 제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고 보도했다.
◆트렌드세터 삼성, 시도는 좋은데 내실은...
갤럭시 기어의 출시를 통해 스마트워치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삼성의 행보에 대한 외신의 반응은 비슷하다. 삼성이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워치를 내놓아 시장의 '첫 기준'을 제시한 점은 높이 사고 있다. 그러나 갤럭시 기어 자체에 대한 평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뉴욕타임즈는 갤럭시 기어의 출시를 두고 "애플의 아이워치(iWatch)보다 먼저 출시한 것은 분명히 멋진 한 방"이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갤럭시 기어 그 자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먼저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트렌드세터의 자리를 꿰찬 것은 좋았지만, "광고가 본품보다 더 호응이 좋았다", "애초에 이걸 왜 만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있다"는 말로 삼성이 업계 선도적 위치 선점에 급한 나머지 스마트기기 시장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제품을 내놓지는 못한 데에 대해 짠 점수를 매겼다.
금융 전문 언론매체 트레피스도 "삼성은 (삼성 중심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스마트워치를 스마트폰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구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레피스는 갤럭시 기어 자체만으로는 그리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갤럭시 기어를) 통한 후광 효과가 존재할 것"이라며 하드웨어 생태계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자체만으로 삼성이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IT기기 리뷰 전문매체 CNET은 갤럭시 기어에 대해 "감탄할 만한 요소, 혹은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기기로서의 매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탑재되어 있는 앱의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크고 비싼 손목시계"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편 모바일 기기 전문 리뷰 매체 폰독은 삼성이 갤럭시 기어의 각종 기능을 개선해 오는 4월 갤럭시 S5와 함께 런칭하기로 한 계획을 환영했다. 폰독은 갤럭시 기어에 대해서도 "고쳐야 하는 점은 많았지만 좋은 시도였다"고 평가하면서 "갤럭시 기어 2를 10월 이후에 출시할 수도 있었는데 4월에 개선된 기기를 내놓는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