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1분기 ‘깜짝실적’을 냈다. 금융경기 불황을 딛고 거둔 실적이다. 국내 첫 여성 은행장으로서 소통을 강조하는 지도력을 발휘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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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
IBK기업은행은 1분기 444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9일 발표했다. 전년동기보다 31.6% 오른 실적이다. 순이익도 3269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보다 27% 늘어났다. 권 행장 취임 직전인 지난해 4분기(1687억 원)와 비교하면 무려 93.7%나 뛰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IBK기업은행의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길게 이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실적 호조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손충당금 전입액 감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정상화하면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영업지점 재배치를 통해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를 절감한 것도 한몫했다. 부실채권을 매각해 382억 원의 이익이 들어온 것도 도움이 됐다.
다른 은행은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실적을 거뒀다. 은행의 총이익 중 이자수익 비중은 80%가 넘는다. 금리가 낮을수록 예대마진이 떨어져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요 시중은행 중 1분기 성적을 발표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모두 전년동기보다 순이익이 줄었다. 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익 2582억 원은 지난해 같은시기보다 12.7% 감소한 것이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1분기보다 13.6% 줄어든 200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문가들은 권 행장이 직원과 소통을 통해 IBK기업은행의 선방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한다. 권 행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국내 최초 여성은행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조준희 전 행장에 이어 두번째 내부출신 은행장이기도 하다.
권 행장이 취임한 이후 IBK기업은행 사내문화는 예전보다 덜 엄격해졌다. 그는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서류가 아닌 문자메시지(MMS)를 통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직원들과 어울리기 위해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를 이용하기도 한다.
권 행장은 이런 소탈한 행보에 대해 “격의없이 소통하고 효율을 높이겠다는 뜻”이라며 “종전보다 편하게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주말이라도 최대한 피드백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권 행장은 기술금융과 문화콘텐츠산업 등 신성장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식재산(IP)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IP사업화자금대출’을 지난달 초 만들었다. 1개월 동안 평가를 거쳐 7개 기업에 총 50억 원을 지원했다. 국내은행 최초로 문화콘텐츠산업 전담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2016년까지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6950억 원의 대출과 투자 55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권 행장은 고객과 소통하는 일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고객 1400만 명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금융상품 패키지를 제안하는 ‘힘내라 대한민국’ 마케팅을 진두지휘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선제적 건전성 관리 등 적정수익 확보에 집중하면서 기술금융과 문화콘텐츠금융 등 신성장사업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취임 이후 불거진 은행 내부비리는 권 행장의 약점으로 꼽힌다. 현재 IBK기업은행은 도쿄지점에서 130억 원을 부당대출해줬다는 혐의로 금융당국의 특별검사를 받는 중이다. 불완전판매와 고객정보 유출 사태에도 연관이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드러났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24일 자체검사에서 1억5천만 원 규모의 비리를 적발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총 4개 지점에서 각각 다른 직원이 개인당 최대 1억2600만 원의 돈을 횡령하거나 부당한 절차로 거래한 이유로 문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