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11일 통합당 비대위 아래 경제혁신위원회를 정식으로 출범하고 그 산하에 ‘함께하는 경제’, ‘역동적인 경제’, ‘지속가능한 경제’ 등 3개 분과위원회를 설치했다.
경제혁신위원장으로 초선의 윤희숙 의원이 발탁됐다.
경제학자와 관료 출신 등 전문가그룹이 주로 참여하는 분과위원회에 참여하는 통합당 의원도 초선인 이영 의원과 윤창현 의원이다.
두 윤 의원은 경제학 박사학위를 지닌 경제학자 출신이고 이 의원은 정보통신기술 분야 기업인 출신이다.
김 위원장이 경제에 초점을 맞춰 통합당의 쇄신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혁신위의 역할이 앞으로 커질 수 있다는 시선이 많은데 초선의원과 원외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경제혁신위의 진용을 갖췄다.
김 위원장은 앞서 비대위를 꾸릴 때도 원내대표, 정책위원회 의장 등 당연직을 제외하면 초선의 김미애 의원, 재선의 성일종 의원과 더불어 원외인사들을 선임했다.
김 위원장이 통합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으로 임명하려고 했다가 이날 영입 제안을 취소한 인공지능(AI) 전문가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도 원외인사다. 여의도연구원장은 당내 중진의원이 맡는 사례가 많은데 정치권과 인연이 적은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 인선으로 평가됐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초·재선 의원과 원외 경제 전문가들을 중용하는 것을 두고 통합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발표한 '과거와의 결별'을 위해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는 당내 일부 중진들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본다.
현재 통합당 의원 103명 가운데 초선 의원은 58명, 재선 의원은 21명이다. 3선 의원 중진은 24명으로 어느 때보다 초재선 의원 비중이 높다.
통합당 초재선 의원 사이에서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참패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적극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통합당에서 ‘친김종인’ 초재선과 ‘반김종인’ 중진 사이 계파 갈등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통합당 일각에서 나온다.
초선의 허은아 통합당 의원은 11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장제원 의원이 김 위원장을 향해 ‘이방인’이라는 표현 등을 써가며 비난한 것을 놓고 “패권 위주의 싸움이 아니라 발전적 변화를 위한 세련되고 진지한 토론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허 의원은 “김 위원장이 우파정당의 핵심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놓고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고 덧붙였다.
일부 중진들의 반발을 놓고 김 위원장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바라본다. 통합당 다음 대선후보로 '40대 경제 전문가'를 내세우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당내 기반 약화를 우려한 중진들의 불안감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대대적 쇄신 예고를 놓고 3선 이상 일부 중진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 오르기 전 김 위원장의 권한과 임기 등을 놓고 통합당이 오랫동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진통을 겪은 것도 중진들의 반발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통합당에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들도 김 위원장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유승민 전 의원이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물론 당 밖에 있는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에 비판적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원 지사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특강에서 “진보의 아류가 되면 영원한 2등”이라며 “보수는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유전자”라고 말했다. 통합당의 보수 색채를 지우고 진보 의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김 위원장을 저격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3선의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원 지사는 보수세력의 대선후보감으로 손색이 없었다”며 “원 지사의 강연은 보수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 명강연”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장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의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마라’라는 말을 두고는 “어느 ‘이방인’의 조롱 섞인 짜증”이라고 깎아내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