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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정승으로 삼성 총수 부재 모면, 여론으로 기소도 피할 수 있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20-06-09 15: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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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정승으로 삼성 총수 부재 모면, 여론으로 기소도 피할 수 있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구속영장 기각이 결정된 후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에 맞서 판정승을 따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이 부회장은 사법논리 면에서도, 여론의 흐름 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9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삼성그룹으로서는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여론도 얻을 수 있어 향후 수사와 재판 진행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 유리한 전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1년8개월 동안 50여 건의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110여 명을 430여 차례 소환조사했다. 수사기록은 20만 쪽에 이르고 구속영장 청구서만 해도 150쪽 분량이다.

이 때문에 법원의 구속 여부 판단이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 소요시간은 8시간30분으로 2017년 국정농단 특검 당시 7시간30분보다 1시간 길었다.

그러나 정작 기각 판단은 심사 종료 후 다섯 시간 만인 새벽 2시 정도에 나왔다. 국정농단 특검 때 기각과 영장 발부 결정이 새벽 5시를 전후로 나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구속 필요성을 놓고 크게 고심할 필요가 없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고 “불구속 재판 원칙에 반해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고민이 짧았다는 점은 검찰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당하면서 검찰은 수사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법원은 검찰이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고 기본적 사실관계도 틀리지 않았다고 봤으나 결정적으로 피의자들의 혐의를 놓고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아직 검찰의 논리가 이 부회장의 범죄혐의를 성립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로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서 반대로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쪽의 논리는 더욱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은 검찰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기소 여부를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검찰을 향한 불신을 나타내며 여론전을 펴나가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상대적으로 여론의 동향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 부회장이 검찰보다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나 기소 등을 놓고 검찰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검찰로서는 더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다만 검찰로서도 완전히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이 부회장 등 피의자들의 혐의사실을 놓고 재판에서 다퉈야 한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또한 ‘불구속 수사’가 아닌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거론해 향후 재판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부회장이 기소 여부를 묻기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요청한 점을 고려하면 법원의 판단은 의미가 작지 않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기소를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다.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를 권고한다고 해도 검찰은 이 부회장을 기소할 수 있다. 법원의 판단은 위원회 판단을 거스를 가능성이 있는 검찰의 기소에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2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요청하자 검찰은 4일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수사심의위원회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쓴잔을 들었지만 구속영장 청구로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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