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전자가 목표로 하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내세울지 주목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쪽에서 글로벌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여러 사업에서 짧은 기간만에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만큼 김 부회장의 방침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성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임한솔 기자
곽보현(이하 곽) : 인물중심 기업분석 CEO톡톡 안녕하십니까. 곽보현입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삼성전자는 D램,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사업을 시작한 지 각각 10여 년 만에 업계 1위에 올랐습니다.
이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그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김기남 부회장의 행보는 어떨지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임한솔(이하 임) :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입니다.
곽: 메모리반도체 전문가이자 삼성전자에서 가장 젊은 나이에 사장에 오른 사람으로도 유명한
김기남 부회장이 어느덧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로서 임기가 끝나가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임기를 더 연장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삼성그룹에서 대표이사급 임원이 연임하는 사례가 흔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나이도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임: 네. 김 부회장은 1958년 태어나 나이가 적지 않습니다. ‘60세 퇴진’이라는 삼성의 암묵적 기준을 이미 넘어선 겁니다.
곽: 그럼 김 부회장의 남은 임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후배들과 삼성전자의 발전을 이뤄가는데 어떤 기반을 만들고 싶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삼성전자가 지난해 선언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의 기반 마련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1위. 왜 중요한 건가요?
임: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메모리반도체는 일단 만들고 난 뒤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장상황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집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수요자의 요구사항에 맞춰 제품이 생산되는 주문형 방식이어서 공급과잉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시장규모도 시스템반도체 쪽이 메모리반도체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곽: 그런데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한 푼, 두 푼으로 만들어지는 사업이 아니고 투자규모도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임: 2030년까지 연구개발에 73조 원, 생산 인프라에 60조 원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정부도 최근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하기 위해 2029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사실 삼성전자의 투자규모에서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입니다.
곽: 합계 133조 원. 상상도 안 되는 규모군요. 액수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사실상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를 이끌어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2030년까지 이제 10년 남았는데요.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기간입니다만 어떤 분야든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하면 1위가 되지 않을까요?
임: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김 부회장의 과제로 시스템반도체 1위 기반을 다지는 일이 꼽히는 이유는, 현재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1위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곽: 시스템반도체는 반도체 설계 분야가 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두 분야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임: 먼저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반도체로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 카메라에 필수입니다.
이미지센서 분야에서는 소니가 업계 1위에 있는데요.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또 다른 품목인 모바일 AP, AP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전자기기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인데요, 고가 제품은 미국 퀄컴이 선두에 있고, 중저가 제품은 대만 미디어텍이 압도적 선두에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경쟁이 쉽지 않습니다.
곽: 자동차용 반도체 쪽은 어떻습니까? 제가 알기로 요즘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같은 부분이 성장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따로 관련 제품을 만들지 않나요?
임: 물론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 역시 기존 기업들 때문에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곽: 그럼 파운드리에서는 1위 가능성이 보입니까? 시스템반도체 설계 쪽에 경쟁이 심하면 파운드리에서라도 승산을 찾아야 할 텐데요.
임: 안타깝게도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좋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대만 TSMC라는 기업이 현재 세계 파운드리 부동의 1위로 삼성전자보다 40%포인트 정도 시장 점유율이 앞서 있습니다.
결국 간단히 요약하면 현재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10년 안에 1위를 달성하기 쉽지 않은 셈입니다.
곽: 그렇다면 김 부회장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의 기틀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전략을 내세울까요?
기업이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때는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인수합병 전략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모습을 보면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임: 올해에는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기자들과 만나 시스템반도체 분야 인수합병에 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죠.
곽: 그렇다면 인수합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금일 텐데요. 삼성전자의 인수합병에 필요한 실탄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임: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100조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100조 원 정도면 어지간한 기업의 경영권은 확보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곽: 그래도 인수합병이 워낙 변수가 많은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합병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아직 재판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김기남 부회장이 단독으로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임: 맞습니다. 그래서 김 부회장은 인수합병 같은 전략을 검토하는 한편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자들을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김기남 부회장의 방침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바로 이미지센서입니다.
곽: 아까 소니가 이미지센서 점유율이 더 높다고 했었죠. 그럼 현재 삼성전자가 점유율은 따라잡지 못했지만 기술적으로는 소니를 추격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는 건가요?
임: 이미지센서는 같은 면적 안에 얼마나 많은 화소를 담느냐에 따라 화질이 달라지는데, 현재 삼성전자는 화소 사이 거리를 0.7㎛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소니의 이미지센서는 아직 화소 사이 거리가 0.8㎛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지센서의 기술력만 본다면 삼성전자가 소니를 앞섰다는 말도 나옵니다.
곽: 그럼 이제 파운드리 분야를 다시 살펴보죠. 삼성전자가 대만의 TSMC를 상대로 경쟁을 하고 있는데 TSMC보다 기술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파운드리업계에서는 누가 더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만들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판가름한다고 하는데,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어떻게 보시나요?
임: 사실 삼성전자는 TSMC와 거의 비슷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7나노급 이하 미세공정을 제공하는 기업은 TSMC 이외에 삼성전자뿐인데요.
삼성전자는 TSMC와 비슷하게 올해 안에 5나노급 양산에 돌입하고 2022년에는 삼성전자와 TSMC가 비슷한 시기에 3나노급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알려졌습니다. 김 부회장은 이런 첨단 공정으로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봅니다.
곽: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 분야의 현황, 그리고
김기남 부회장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준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시스템반도체 1위, 쉽지는 않지만 삼성전자는 막강한 저력이 있고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앞으로
김기남 부회장의 첫 삽에 따라 향후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
김기남 부회장의 전문분야인 메모리반도체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