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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어떻게 삼성SDS의 대주주가 됐나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5-08 17: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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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은 어떻게 삼성SDS의 대주주가 됐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SDS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곳간’이다.

삼성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삼성SDS라는 곳간을 키웠다.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에게 삼성SDS 지분을 더 늘려줬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 승계를 위한 편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삼성은 한동안 삼성SDS의 기업공개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삼성은 8일 마침내 삼성SDS의 기업공개를 발표했다. 이 부회장과 두 자매에게 열쇠로 곳간을 열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 이재용은 어떻게 삼성SDS 지분을 차지했나


삼성SDS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23%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이고 2대주주는 삼성물산이다. 이 부회장은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는 3대주주다.

삼성SDS는 지난해 삼성SNS를 흡수합병하면서 지분구조를 바꿨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삼성SDS 지분 8.8%를 보유하고 있던 이 부회장의 지분이 합병 후 11%로 늘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SNS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부회장은 1996년 11월 삼성SNS(당시 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 15억2천만 원치를 샀다. 전환사채는 전환전 사채로서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환후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채권이다. 이 부회장은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 단숨에 지분 50%를 갖고 삼성SNS의 최대주주가 됐다.


불과 15억으로 50%의 지분을 차지할 정도라면 삼성SNS가 상당히 작은 규모였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삼성SNS는 당시 이 부회장에게 전환사채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넘겼다. 당시 삼성SNS의 주당 가격은 1만5천 원 가량이었다. 그러나 전환사채 가격은 주당 5천 원이었다. 시세대로라면 이 부회장은 삼성SNS의 지분을 17%밖에 보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참여연대는 2005년 이를 놓고 삼성SNS(서울통신기술)의 임원들을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참연연대는 당시 "서울통신기술은 전환사채를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제3자인 이재용씨 등에게 인수하도록 함으로써 그룹총수 일가의 경영권세습을 지원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 부회장이 지분을 헐값에 취득하는 방법은 삼성SDS의 지분을 확보할 때도 동원됐다. 삼성SDS는 1999년 2월 신주인수권부사채 23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65%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이부진 이서현 이윤형 씨 등 네명에게 넘겨졌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청구할 수 있는 사채다. 이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의 지분도 획득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당 7150원에 인수했는데 시세와 큰 차이가 났다. 당시 삼성SDS의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주당 5만3천~6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국세청도 삼성SDS 주식의 주당 가격을 5만5천원으로 보고 이 부회장 등이 사실상 주당 4만7850원을 증여받은 것이라 판단해 증여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삼성가 3세들은 증여세 332억 원을 납부했다.

  이재용은 어떻게 삼성SDS의 대주주가 됐나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구상을 마친 뒤 지난달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 <뉴시스>

◆ 내부거래로 몸집을 키운 삼성SDS


삼성SDS의 사업 특성상 삼성그룹의 20여 계열사가 모두 삼성SDS의 고객이 될 수 있다. 내부거래가 일어나기 좋은 환경이다. 삼성SDS는 1985년 설립되자마자 삼성물산의 전산시설을 인수해 내부거래의 싹을 틔웠다. 이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신용카드 등으로 전산시설 관리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는 사이 첫해 매출 17억 원이던 삼성SDS는 6년 후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했다. 6년 동안 매출이 60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삼성SDS 성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8년 후인 1999년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그리고 2012년 매출은 6조 원을 웃돌았다. 삼성SDS가 6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72.5%에 이른다.

내부거래는 삼성SDS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SDS와 합병한 삼성SNS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컸다. 삼성SNS는 1993년 삼성전자에서 네트워크 부문을 독립해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한 회사다. 당시 회사 이름은 ‘서울통신기술’이었고 2012년 삼성SNS로 바꿨다.

삼성SNS는 1997년 처음 1천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92%가 삼성전자와 거래였다. 이후 1998년, 1999년 각각 94%와 73%의 내부거래를 유지했다. 내부거래는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SNS의 최대주주가 된 시점과 관련이 깊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SNS의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는데, 이후 삼성SNS는 내부거래 덕에 매출액이 급증했다.


2000년 당시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삼성계열사들이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이재용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울통신기술을 변칙지원한 의혹이 있다”고 비판했다.

◆ 삼성SDS는 어떤 회사인가


삼성SDS는 지난해 7조 원의 매출과 5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장외 거래가격은 7일 기준 주당 14만9500원으로 시가총액은 11조 원이 넘는다.


삼성SDS는 1997년 붙여진 이름이고 이전 회사명은 '삼성데이타시스템'이다. 이 이름대로 삼성SDS는 정보통신기술사업을 하는 회사다. 삼성SDS의 주고객은 기업이나 학교 등 기관이다.


삼성SDS의 사업분야를 쉽게 이해하자면 대학교 도서관의 예약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과거 도서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빈자리를 찾았지만 최근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 도서관 입구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빈자리를 파악하고 자리를 예약할 수 있다. 삼성SDS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다.


기업도 삼성SDS의 주요한 고객이다. 삼성SDS는 몇 년 전 제일모직의 매장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매출조회, 재고조회, 상품정보, 비품신청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삼성SDS는 각종 전산시스템을 기획하고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SDS는 삼성데이타시스템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생각보다 오래된 회사다. 1985년 설립돼 우리나라 통신산업 1세대를 이끌었다. PC통신 ‘유니텔’을 개발한 것도 삼성SDS다. 당시 유니텔을 개발한 주역 중 하나인 김범수씨는 뒷날 독립해 한게임을 만들었고 최근엔 카카오을 세웠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삼성SDS 시절 사내벤처 1호인 ‘네이버포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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