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 의료기기, 전기차 등 범 스마트폰 영역 구축
자체 OS 개발, 소프트웨어 파워 업으로 ‘애플’ 넘어서기 시도
삼성전자의 '포스트 스마트폰'은 무엇일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핵심 사업에서의 경쟁력 확보 뿐만 아니라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를 통한 신사업 개척을 삼성전자가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wearable·몸에 장착할 수 있는) 기기, 의료기기 등 스마트폰 기술을 확장시킨 새로운 영역 개척으로 ‘스마트폰 이후’의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자체 OS(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미국 실리콘벨리의 인재확보에 나서는 등 소프트웨어 부분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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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가전 CES 2014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로 BMW 최초의 전기자동차 i3를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갤럭시 기어를 통해 운전자들은 실시간으로 i3의 배터리 현황, 충전 시간은 물론 차량 온도 조절과 네비게이션 검색 등도 가능하다. |
◆갤럭시 기어로 ‘트렌드 세터’ 꿈꿔
지난해 9월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에서 차세대 비밀병기인 ‘갤럭시 기어’를 선보였다. ‘갤럭시 기어’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첫 웨어러블 기기로 두 가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첫 번째로는 애플이 준비중인 ‘아이워치’보다 먼저 세상에 공개됨으로써 삼성에 따라붙던 ‘애플의 카피캣’ 이미지를 떼어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즈는 지난달 ‘불안한 1위의 삼성’(Samsung Uneasy in the Lead)이라는 기사에서 이 점에 대해 “삼성을 트렌드 세터 포지션에 올려놓아준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는 물론 가전, 자동차 등과 연계해 활용이 가능한 점에서도 갤럭시 기어는 삼성전자의 한 단계 진보를 의미한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삼성은 갤럭시 기어로 BMW 전기자동차를 제어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갤럭시 기어’가 웨어러블 기기의 시초이자 단순히 스마트폰 부속품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의료기기 등 신수종 사업 발굴 박차
삼성전자는 앞서 2010년 신수종 5개 사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용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의료 기기·바이오를 발표했다. 이중 의료 기기 부분에 대해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해 오고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건강관리)를 포함한 의료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10억달러를 들여 14개 기업을 인수했는데 이중 대부분이 의료 기기 분야다. 지난해에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인 ‘메디카(MEDICA)’에 참가해 초음파 영상진단기, 체외 진단기, 디지털 엑스레이 등 총 13종의 의료기기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앞선 IT기술을 접목해 10년 이내에 의료 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과 우리나라에 전기차 부품 및 기술 관련 특허를 내며 전기차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이 전기차와 의료사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이 8월에 출원한 자료에 따르면 운전자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자동차를 조작하는 기술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모바일 헬스케어와 같이 스마트폰 기술을 응용한 차세대 먹거리 발굴의 일환으로 여러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했다.
◆타이젠 OS, 실리콘밸리 투자...소프트웨어 파워 업
삼성은 자체 소프트웨어 파워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다각도의 시도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4월 인텔과 함께 타이젠(TIZEN) OS 정식 버전을 발표했다. 이후 기술개발을 통해 업데이트 버전을 선보인 삼성은 타이젠 OS를 탑재한 타이젠폰을 다음달 세상에 공개할 예정이다. 타이젠 OS가 미국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대항하는 제3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삼성은 자체 OS와 단말기 제조사를 함께 거느리게 된다. 이를 통해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과 동시에 TV, 냉장고 등에도 타이젠 OS를 포함시켜 주요 가전들을 타이젠으로 통합·관리하겠다는 것이 삼성의 복안이다.
최첨단 소프트웨어를 모으는 데에도 삼성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최근 실리콘밸리에 1만1000평방 피트 규모의 인큐베이션센터인 ‘엑셀러레이터’를 세웠다. 앞서 2011년에는 구글 출신 데이비드 은 부사장을 영입해 실리콘밸리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었다. 은 부사장은 자신의 실리콘밸리 인맥을 동원해 액셀러레이터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내년까지 80여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해 그들의 지적재산과 창업 아이디어를 끌어모은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최근 스마트TV에 들어가는 홈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기업 ‘박시’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초기 스타트업 기업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 액셀러레이터 건물 벽에 걸린 ‘넥스트 빅 싱(The Next Big Thing)’이란 문구는 미국에서도 한창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