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5-26 13: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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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다음 스마트폰에서 카메라의 화소 경쟁을 잠시 접어두고 초점 기능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이미 독보적 수준의 1억 화소 제품을 선보인 만큼 이에 걸맞은 화질을 구현해 스마트폰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
26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다음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플러스’의 뒤쪽 카메라는 ‘갤럭시S20울트라’와 같은 최대 1억800만 화소 수준에 머무르는 반면 초점 기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포브스는 IT 전문 트위터리안 온리크스(@OnLeaks) 계정을 인용해 “갤럭시노트20플러스는 1억800만 화소 카메라를 유지하지만 초점 센서를 새로 추가할 것”이라며 “갤럭시S20울트라의 해상도에 초점과 관련한 장점이 더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IT매체 안드로이드어소리티는 “갤럭시S20울트라는 ‘듀얼픽셀 자동초점’ 대신 ‘위상차 검출 자동초점’을 채택해 초점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갤럭시노트20플러스의 새로운 센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디지털신호로 바꾸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면 이미지센서가 꼭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화소 경쟁의 선봉에 서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개발한 뒤 2020년 갤럭시S20울트라를 통해 선보였다. 최근에는 샤오미, 비보, 오포 등 중국 기업을 위해 1억5천만 화소 센서를 개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을 들어 업계에서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올해 출시되는 갤럭시노트20 시리즈에 1억800만 화소보다 더 많은 화소를 지원하는 카메라가 탑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기술매체 보이지니어스리포트(BGR)은 4월30일 “삼성전자가 하반기 출시하는 스마트폰에서 1억5천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이 4월22일 “사람 눈을 능가하는 6억 화소 이미지센서에 도전하겠다”고 밝혀 더 많은 화소에 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시장 전망과 달리 다음 스마트폰에서 최대 1억800만 화소에 머무르는 길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앞서 외국언론이 말한 ‘듀얼픽셀 자동초점’, ‘위상차 검출 자동초점’ 등 다소 생소한 용어에서 찾을 수 있다.
위상차 검출 자동초점은 이미지센서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방향을 비교해 초점을 맞추는 방식을 이른다. 여기에는 이미지센서 기본 단위인 화소에 탑재된 ‘포토다이오드’가 사용된다.
포토다이오드는 이미지 촬영을 위해 빛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소자로 보통 한 화소에 하나씩 탑재된다. 위상차 검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미지센서의 포토다이오드 가운데 일부를 위상차 검출용으로 할당해야 한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많이 받을수록 화질이 나아지는 구조다. 초점을 개선하고자 위상차 검출용 화소를 늘리면 화질은 오히려 나빠지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6년 ‘듀얼픽셀’을 적용한 이미지센서를 개발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듀얼픽셀 이미지센서에는 하나의 화소에 포토다이오드 2개가 집적됐다. 한 화소에서 이미지 촬영 및 위상차 검출 자동초점을 함께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지센서 안에서 위상차 검출용 화소를 따로 분배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화질과 자동초점 모두 개선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기존 모바일 이미지센서는 전체 화소 가운데 5% 이하만 위상차를 인식할 수 있는 화소였지만 신제품은 모든 화소가 위상차 검출을 지원해 자동초점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1억 화소 이미지센서로 이름을 알린 갤럭시S20울트라는 듀얼픽셀 자동초점을 탑재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갤럭시S20울트라는 1억800만 개에 이르는 화소를 탑재하기 위해 화소 사이 거리(픽셀피치)를 0.8㎛까지 줄여야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2019년 9월 화소 사이 거리 0.7㎛ 이미지센서를 내놓기 전까지 업계의 한계로 여겨졌던 수준이다. 당연히 한 화소에 포토다이오드를 2개 넣는 일이 어려웠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울트라의 이미지센서에 듀얼픽셀이 아닌 일반 위상차 검출 자동초점을 적용한 대신 위상차 검출용 화소의 밀도를 높이고 비행거리측정(ToF) 카메라를 탑재해 초점 기능을 보완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거리 측정 카메라는 쏘아진 빛이 반사되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계산한다.
▲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플러스' 예상 디자인. <피그토우>
하지만 갤럭시S20울트라는 화소가 훨씬 적은 다른 스마트폰들과 비교해 크게 나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카메라전문 평가기관 DxO마크에서 갤럭시S20울트라는 카메라 점수 122점을 받아 역대 스마트폰 가운데 7위에 머물렀다. 반면 최대 5천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화웨이 ‘P40프로’는 12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DxO마크는 갤럭시S20울트라를 두고 자동초점이 느리다는 등 단점을 지적하며 “일반적으로 훌륭한 사진 품질을 충족하지만 최고 사양의 기기에 요구되는 높은 기준과 일관성을 유지하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로서는 다음 스마트폰에서 무리하게 이미지센서 화소를 더 늘리기보다 초점 등 다른 부분에서 카메라 성능을 개선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력도 염두에 뒀을 공산이 크다. 카메라 관련 부품은 스마트폰 원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1억800만 화소를 능가하는 이미지센서를 새로 도입하면 완제품이 더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
IT매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갤럭시S20울트라 부품 원가 528.5달러 가운데 카메라모듈 및 이미지센서 가격은 107.5달러로 전체의 20%가량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