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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안전경영' 흔들, 한영석 노조에 임단협 주도권도 내주나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5-22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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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의 주도권을 노동조합에 내주게 될까?

올해 울산조선소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며 노조의 발언권에 힘이 실리고 있어 한 사장이 그동안 보여 왔던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 '안전경영' 흔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1639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한영석</a> 노조에 임단협 주도권도 내주나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2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아직 2019년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았지만 25일 대의원회의를 열고 2020년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르면 6월 초에 2020년도 노사교섭 상견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사장은 지난해 임금협상부터 타결하기 위해 앞서 19일부터 조경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과 직접 만나는 대표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5월의 교섭일이 26일과 29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한 사장은 2년치 교섭을 함께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교섭의 무게감이 배로 커지는 셈인데 한 사장의 안전관리가 최근 도마에 오르며 교섭을 둘러싼 환경이 점차 한 사장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는 산업재해로 노동자 4명이 숨졌다. 한 사장으로서는 특히 21일 발생한 하청노동자 김모씨의 사망사고가 뼈아프다.

앞서 4월까지 일어난 3차례 사망사고에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20일까지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을 받았는데 특별감독기간이 끝나자마자 사고가 또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 사장은 그동안 2019년 임금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노조는 지난해 5월31일 열린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임시주주총회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조합원 4명의 복직 등 현안이 먼저 해결돼야 임금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 사장은 조합비 20억 원의 가처분신청 등 법적 조치를 통해 노조의 자금줄을 틀어쥐고 임금협상과 관련 없는 현안들은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앞으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한 사장의 안전관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2년치 교섭의 주도권을 한 번에 확보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이미 조선소의 안전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권을 통해 한 사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앞선 3차례의 사망사고 이후 13일 정부 세종청사의 고용노동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대중공업 사업주의 구속 수사와 중대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외쳤다.

노조는 4번째 사망사고와 관련해서도 “고용노동부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며 정치권을 통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조선업은 거대 시설산업이면서 동시에 기계화나 자동화에 한계가 있는 노동 집약적 산업이기도 하다. 산업 특성상 중대재해가 발생할 위험도가 높은 만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실상 현대중공업을 향한 규제다.

이에 조선업계에서는 한 사장이 노조의 공세를 늦추기 위해 임단협 교섭에서 어느 정도 양보할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올해 사망자 4명 가운데 2명이 하청노동자라는 점도 한 사장이 교섭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노조는 정치권을 향해 2건의 하청노동자 사망사고가 조선사의 다단계 하청구조 탓이며 이를 혁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는 한 사장에게 있어 임금이나 현안보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과정의 70%를 하청이 담당한다고 본다.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국내 모든 조선사들은 외부하청에 사내하청까지 두고 일종의 팀처럼 선박을 건조한다.

이런 하청구조가 흔들린다면 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과정에서 크든 작든 차질을 빚게 될 것이 자명하다.

노조가 교섭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안에는 하청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도 포함돼 있다. 한 사장은 하청 문제 역시 교섭 대상이 아니며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 왔다.
 
현대중공업 '안전경영' 흔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1639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한영석</a> 노조에 임단협 주도권도 내주나
▲ 현대중공업 노조가 13일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현대중공업 사업주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결국 21일 사망사고는 한 사장이 하청문제와 관련해서도 한 발 물러서야 할 여지가 된 셈이다.

한 사장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 오른 뒤 실질적 첫 해였던 2019년에는 현대중공업의 사고사망자가 단 1명에 그쳤다.

이는 조선소 작업의 높은 위험성을 감안하면 굉장히 적은 수치이며 노조가 지난해 진행됐던 교섭에서 안전문제를 크게 거론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사망사고가 3차례 발생하며 안전경영이 흔들리자 한 사장은 5월 초 연휴기간에 현대중공업의 사업부 대표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열고 안전대책을 내놓았다.

표준 작업지도서를 개정하기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8월까지 현장 생산부서를 중심으로 안전개선 건의를 받아 즉시 개선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직급별 안전교육과정을 의무화하고 우수 교육이수자에 관련 직책과 보직을 맡기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당시 한 사장은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데 그 어떤 타협과 방심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안전 강화를 천명했다.

이런 노력들이 21일 사고로 시작하자마자 빛이 바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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