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해외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에 시동을 다시 걸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익성이 예상되는 해외자산을 비교적 싼 가격에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 박능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보건복지부 장관). |
20일 투자금융(IB)업계와 외신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최근 해외 사회간접자본(SOC)과 부동산 대상으로 대규모 대체투자를 잇달아 결정하고 있다.
대체투자는 주식과 채권이 아닌 사회간접자본과 부동산, 사모펀드(PEF)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손실이 일어날 위험성이 높지만 주식·채권보다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기금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2020년 말 13%, 2024년 최대 1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현재 비중은 2020년 2월 기준 11.8%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요 감소로 해외 자산시장의 잠재위험성이 높아진 데다 정보를 얻기 위한 현지방문도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글로벌 연기금이나 기존 투자협력사 등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체투자 비중 목표치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은 최근 네덜란드 연기금 APG, 스위스 생명보험사 SLAM과 함께 포르투갈의 고속도로 운영사인 ‘브리사 오토 에스트라다스 데 포르투갈’(브리사) 지분 81.1%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이번 인수의 전체 거래대금은 전체 4조 원 수준에 이른다. 국민연금의 투자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조 원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미국 부동산운용사 하인즈인터레스트와 손잡고 미국 뉴욕의 고급 주거건물인 ‘원 메디슨 에비뉴’ 지분 49.5%를 현지 부동산개발사 SL그린으로부터 인수했다.
향후 국민연금과 하인즈인터레스트는 이 건물의 리모델링에 전체 4억922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은 2017년에도 SL그린으로부터 뉴욕 맨해튼에 있는 건물 ‘원 밴더빌트’ 지분 27%를 사들였다가 일부를 팔아 매각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해외 인프라와 부동산은 현재 높은 잠재위험성에 코로나19 악재가 겹치면서 불안정한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중장기 위주로 대체투자를 진행해 왔던 만큼 향후 수익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큰 해외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인프라와 부동산이 비교적 싼 가격에 나오면 자산을 확보해 중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릴 토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최근 지분 투자를 결정한 브리사도 1628㎞ 규모의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대형 유료도로사업자다. 이동제한이 풀리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격이 하락한 유럽 등의 인프라와 부동산을 사들인 것을 토대로 2012년에 대체투자 수익률을 12.03%까지 끌어올린 전례도 있다.
국민연금이 쌓아둔 기금 적립금도 2020년 2월 기준 737조451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 중장기 자금 운용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박능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보건복지부 장관)도 20일 제4차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연금은 현재 보험료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기금 축적기’”라며 “위험자산과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외신 등에서 보도되지 않은 투자건수도 많은 만큼 특정자산의 투자비중에 관련된 전략을 말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대체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장기방침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