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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 삼양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이 1일 강원도 선자령에서 창립 91주년 기념 산행 뒤 촬영을 하고 있다. |
영화 ‘인턴’은 30대 여성 CEO가 주인공이다.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는 주방에서 우연히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고 창업에 나서 1년 사이 2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IT기업의 성공한 CEO로 변신한다.
하지만 CEO로서 그의 삶은 녹록치 않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살아야 하는 바쁘고 고단한 일상이다. 심지어 시간절약과 운동을 겸해 사무실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움직일 정도다.
그런데도 그는 직원들과 회의실에서 생일파티를 열고 야근하는 사원과 피자 한 조각과 맥주를 나눠 마시기도 한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자연스러운 미국 IT기업에서 CEO가 직원들과 소통하는 한 방식인 것이다.
국내 기업들에서도 임직원과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자들이 늘고 있다. 소통의 방식도 제각각이다.
임직원들과 등산을 하거나 야구 관람을 하는 ‘취미 공유형’이 있는가 하면, 책을 선물해 함께 읽는 등 ‘학습 공유형’도 있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1일 임직원 150여 명과 함께 강원도 평창군 선자령 정상에 올랐다. 이날 등반은 삼양그룹 창립 91주년을 맞아 진행된 것이다.
김 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등산을 시작해 신재생에너지전시관-하늘목장-선자령-동해전망대·대관령마을휴게소로 이어지는 5시간 산행을 함께 했다.
김 회장은 “경영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임직원 각자가 창의적인 마인드로 미래를 개척하는 도전정신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등반을 마치고 선자령 인근 식당에서 간단하게 창립 91주년 기념식을 연 뒤 기념 축하떡 커팅식도 열었다.
삼양그룹은 1924년 창업한 국내 대표적 장수기업이다. 창립 기념식을 산 정상에서 조촐하게 연 것도 재계에서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야구장에서 기념식을 연 경영자도 있다.
황창규 KT회장이 주인공이다. 황 회장은 9월25일 수원 KT 위즈파크를 찾아 그룹사 임직원 8500여 명과 함께 야구단 KT위즈를 응원하며 ‘대한민국 통신 130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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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이 9월25일 포수 유니폼을 입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날 경기의 시구는 KT 신입사원이 맡았으며 황 회장은 포수로 깜짝 등장해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국내 기업의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회사 안에서 어렵고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직원들과 소통을 강조해도 쌍방이 아닌 일방적 소통이 되기 십상이다.
기업들이 사무실을 벗어나 워크숍 등의 명목으로 별도의 자리를 만드는 것도 직원들과 좀더 편안한 자리에서 소통하고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에너지 혁명 2030’이란 책을 선물했다. 토니 세바가 쓴 이 책은 에너지 혁명에 따른 미래 산업 환경과 전기차 시대의 모습을 다룬 것이다.
조 사장은 이 책을 임직원들에게 읽히고 일부 부서에서 이 책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사업방향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사내에 소통채널 ‘SDI talk’ 운영한다. 조 사장은 이를 활용해 15년 뒤 미래 에너지 세상의 일상을 상상해 보는 댓글 달기 이벤트를 임직원들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학습 공유형’에 속한다. 이 행장은 9월8일 야간에 영업현장 직원 등을 포함해 임직원 50여 명과 함께 덕수궁을 찾았다.
이 행장은 덕수궁에서 진행된 ‘CEO와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은행의 역사와 사명감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도 재계에서 임직원들과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꼽힌다. 구 부회장은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데이’로 정해 직원들에게 양복 대신 편안한 셔츠와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하도록 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LS엠트론 대표로 취임한 뒤 조직문화에서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매달 한 차례씩 임직원들과 릴레이 형태로 호프집을 찾아 ‘치맥타임’을 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장의 생각'을 출간한 저자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은 "행복한 직원이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한다"고 말한다.
신 회장은 직원을 웃게 하는 제1의 방법은 적절한 수준의 보상이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직원들이 기업의 미래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위해 경영자의 진심이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