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한 승강기업체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는 승강기 엔지니어로 40년 넘게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초고층 승강기 도전을 이끈다.
15일 승강기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상반기 착공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의 승강기업체 수주전은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지하 7층~지상 105층, 높이 569m로 설계돼 현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높다.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인 만큼 이용자를 맨 꼭대기 층까지 빠르고 안정감 있게 실어 나를 수 있는 승강기 기술력이 중요하다.
특히 가장 높은 105층용 승강기를 어떤 업체가 설치하는지가 중요하다. 국내 최고층 건물에 승강기를 설치한 업체라는 상징성과 명예, 홍보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롯데월드타워는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한 3개 업체가 승강기를 설치했지만 최고층 전망대용 승강기를 설치한 오티스가 가장 유명하다. 롯데월드타워 승강기 자체가 오티스의 대표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승강기 설치 점유율 1위 업체로 세계 최고 수준인 분속 1080m까지 가능한 초고속 승강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 본사에 있는 높이 205m의 초고속 승강기 테스트센터는 지역에서 소문난 명물로 통한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초고층 승강기 수주실적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 회사가 그동안 수주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높은 건물은 2014년 완공한 부산국제금융센터(289m)다.
2011년 국내 경제의 상징인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신축회관 승강기 입찰에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수주실적 부족으로 티센크루프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반면 경쟁사인 오티스는 롯데월드타워에 전망대용 승강기를, 티센크루프는 여의도 파크원(333m)에 승강기를 공급했다.
송승봉 대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취임한 2003년 이후 최초의 엔지니어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40년 동안 승강기 한 우물을 팠다. 그동안의 실무경험을 살려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 대표는 2017년 말 히타치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이사를 맡아 글로벌비즈니스센터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경험이 있다. 히타치는 일본 3대 승강기업체 가운데 하나로 초고속 승강기부문에 특히 강점이 있다.
그는 당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히타치의 초고속 승강기 기술력을 강조했었는데 3년 뒤 ‘토종기업’ 현대엘리베이터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처럼 대규모 건설프로젝트에서는 발주처, 설계업체, 시공사 등 전방위로 기술력 등 장점을 알리고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며 “승강기업체들 역시 수년 전 기본설계 단계부터 치열한 영업전을 펼쳐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에서 발주되는 승강기 규모는 약 120대 정도가 될 것으로 승강기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2026년까지 걸리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승강기업체 선정이 가시화하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 프로젝트의 승강기업체 입찰과 관련해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트스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