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성 기자 noxket@businesspost.co.kr2020-05-14 17: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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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가 코로나19로 실적에 직격타를 맞으면서 최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그동안 인수한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왔는데 하나투어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수도 있다.
▲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 대표.
1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가 6~8월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인력 구조조정까지 이어질지에도 시선이 몰리고 있다.
이에 앞서 4월 초에는 하나투어가 전체 직원의 22% 수준인 500여 명을 6월에 정리해고 한다는 구조조정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하나투어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하나투어는 올해 2월 IMM프라이빗에쿼티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송인준 대표가 당장 하나투어의 인력 감축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나온 결정으로 파악된다.
하나투어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이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무급 휴직은 인력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주로 인위적 인력감축 없이 불필요한 자산 매각 및 비주력사업 정리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2015년 태림포장을 인수한 뒤 인력 구조조정 없이 오히려 30여 명의 직원을 추가 채용했다. 사업구조 개편 및 조직 재정비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비효율을 없애는 데 집중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세아상역에 태림포장 경영권 지분을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투자금의 2배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2010년 자동차 와이퍼 생산회사 캐프, 2015년 대한전선을 인수한 뒤에는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2013년 인수한 할리스의 직원 수는 2018년 말 기준 859명으로 인수 당시(198명)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나투어가 코로나19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송 대표가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하나투어는 1분기에 영업손실 275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하나투어가 200억 원 이상 적자를 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문제는 2분기 실적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상장된 5개 여행사 가운데 하나투어는 단기간 활용할 있는 자금여력은 절대금액 기준으로 가장 크다”면서도 “사업 확장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보유 현금자산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가장 짧다”고 말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하나투어를 인수한 뒤 SM면세점 문을 닫고 호텔사업 매각을 검토하는 등 비주력사업을 정리했다. 온라인 여행플랫폼 ‘하나허브’를 출시하면서 주력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모펀드는 인수한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해야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전에 나서면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해 매각대상 기업 직원들이 반발하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여행업 침체가 길어지면 송 대표로서도 하나투어의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신사업을 비롯한 여행업에 더욱 집중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투어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9월까지 지급받는 만큼 시간을 두고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2월에 1347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투어 지분 16.7%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3월에 송미선 하나투어 신임 대표 선임을 통해 기존 김진국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경영참여를 본격화했다.
주로 재무와 전략부문은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여행상품 개발 및 영업부문은 기존 경영진이 전담하는 공동 경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