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jelee@businesspost.co.kr2020-05-14 15: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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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가 2차 감염의 진원지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고3 학생의 등교 연기를 검토하고 있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감염 우려가 커지면 또 다시 등교 연기를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원 등 교육부,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다중이용시설 방역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 개학을 5차례나 연기했는데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 사이에서도 피로감 호소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유 장관이 '9월 학기제 도입' 등 특단의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도 있다.
14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서울지역 교직원 158명이 확진됐고 2차 감염을 통해 미성년자 학생 11명도 확진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서울의 한 예술고등학교 학생이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두차례나 등교해 실기수업을 받았고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학원강사 확진자로부터 인천에서 고3 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감염된 사례 등이 나오면서 개학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 장관은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과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학교에서 2차 감염이 퍼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에 20일로 예정돼 있는 고3 등의 개학 일정을 놓고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시 등교 일정이 미뤄지면 벌써 6번째 개학을 연기하는 게 된다.
개학일정 연기가 명확한 기준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찔끔찔끔 이뤄지는 '땜질식' 대책이라며 학교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유 장관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미 교육부를 향한 불만은 유 장관의 해임 요구까지 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 장관의 파면을 요청하는 게시글 3건이 올라와있고 각각 4만5천 명, 1만3천 명, 6천 명, 4천 명이 동의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가 학교 안에서 확산되면 유 장관이 이를 계기로 9월 학기제 도입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고민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입시나 상급학교 진학을 눈앞에 둔 고3, 중3 학생들의 학사일정은 어쩔 수 없이 진행하더라도 다른 학생들은 학사일정을 6개월 늦춰 9월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9월 학기제 도입하자'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 30여건이 올라와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 1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게시물은 3건, 4천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게시물도 6건이나 된다.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도 9월 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학년을 9월로 옮기자는 것은 학교 체제와 학교 개념에도 변화와 혁신을 이뤄야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따른 것”이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미 3월 페이스북에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사회가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손대지 못하고 있었던 사안들을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대한민국의 ‘경제사회구조’를 선진국형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9월 학기제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세계 각국에서 9월 학기제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유학생들의 일정 등을 국제적 표준에 맞출 수 있다는 점을 든다. 기존처럼 3월 학기제에서는 한국인이 유학을 가거나 외국인이 유학을 오면 6개월의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OECD국가 가운데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만 3월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 9월 학기제를 시행하면 수능시험 뒤에 생기는 학업 공백을 줄일 수 있고 여름방학이 늘어나 학사 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취학연령이 6개월 당겨지게 되는 만큼 학생들의 사회진출도 함께 빨라진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9월 학기제를 도입하면 대입, 취업, 군대 입대 시기 등 사회 전체적으로 시간표를 조정해야 하기때문에 혼란이 커진다는 점, 교육과정 재편 등에 10조 원 규모의 예산이 들어가 부담이 크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든다.
교육부에서는 현재 적어도 고3에 한정해서는 개학 일정을 더 이상 연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3일 불교방송에서 “고3은 크게 상황이 변동되지 않는 한 20일에 등교한다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고2 이하는 다시 방역당국과 상의하겠다. (학년을) 분산시켜서 한 주는 고2가 등교하면 고1은 원격 수업을 하는 식으로 서로 엇갈려 등교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학교안에서 퍼져 온라인수업만으로 정상적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 유 장관이 특단의 조치를 내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