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Who
KoreaWho
기업과산업  중공업·조선·철강

성동조선해양 다시 걸음마, 선박 블록 제작으로 기초체력 다진다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5-13 14:19:27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가는 법이다. 성동조선해양이 그렇다.

성동조선해양은 선박 건조시장으로 복귀하는 길의 시작점을 선박용 블록 제작으로 잡았다. 선박 건조를 재개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형조선사들의 협력사로 일하며 기초체력을 다지겠다는 선택이다.
 
성동조선해양 다시 걸음마, 선박 블록 제작으로 기초체력 다진다
▲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 야드. <성동조선해양>

다만 조선업황이 나빠 성동조선해양도 블록 제작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성동조선해양에 따르면 새 주인 HSG중공업은 성동조선해양의 선박 건조시장 복귀와 관련한 로드맵을 구상하지 않고 있다.

HSG중공업은 당분간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 야드를 대형 조선사들의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건조에 쓰일 블록 제작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블록은 선박을 구역별로 나눈 것이다. 선박은 작게는 수 개, 많게는 수백 개의 블록을 용접해 건조된다.

성동조선해양도 선박 건조시장 복귀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시점이 없으며 시장상황을 관망하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지금은 선박 건조를 언급조차 할 수 없는 단계”라며 “당분간 블록 제작사업에 집중해 체력을 쌓으며 조기에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성동조선해양이 선박 건조시장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동조선해양은 2010년부터 8년의 채권단 자율협약, 2년의 법정관리를 거쳐 앞서 12일 겨우 정상 경영화의 길을 열었다. 이 기간 설계 전문가들이나 숙련공들은 대부분 살 길을 찾아 떠났다.

성동조선해양에 따르면 야드 관리인원을 포함한 600여명의 노동자만이 교대로 6개월씩 무급휴직을 실행하며 남았다. 전성기에 직영 노동자 2500여명을 고용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남은 인력들을 숙련공으로 키워내는 한편 고용 규모를 다시 불리는 데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협력사 확보도 큰 과제다. 과거 성동조선해양은 협력사 직원이 6천여 명 있었지만 이제는 없다.

일반적으로 배 한 척을 건조할 때 협력사의 비중을 70% 정도로 본다. 이를 감안하면 성동조선해양으로서는 직영 노동자만큼이나 협력사를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여야 한다.

성동조선해양은 선박 건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시간도 필요하다.

과거 성동조선해양이 주력으로 건조했던 선박들은 더 이상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거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성동조선해양의 주력 건조선박은 132척을 인도했던 일반화물선(벌커)이다.

이 선박은 이제 한국 조선사들이 글로벌 수주시장에서 낮은 인건비를 앞세우는 중국 조선사들과 건조가격을 놓고 경쟁할 수 없다. 한국 조선사들은 더 이상 일반화물선의 수주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차순위 건조선박은 정유제품운반선과 원유운반선을 합쳐 102척을 인도한 액체화물운반선(탱커)이다.

인도 선박의 규모는 4만7천 DWT(순수 화물적재톤수)급에서 11만5천 DWT급에 이르는 중형선박이다. 그런데 중형선박은 발주시장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에서 중형선박은 719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발주됐는데 이는 2018년보다 46.7% 줄어든 수치다. 전체 발주선박 가운데 중형선박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35%에서 2019년 28.4%로 축소됐다.

성동조선해양이 선박 건조시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재무구조의 정상화는 물론이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선박 건조와 관련한 역량까지 갖춰야 한다. 블록 제작은 이 시간을 벌어줄 사업이다.

조선업계는 블록 제작부터 집중하겠다는 성동조선해양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성동조선해양 다시 걸음마, 선박 블록 제작으로 기초체력 다진다
▲ 현대삼호중공업이 제작한 테라블록, 일반적 블록보다 25배 크다. <현대중공업그룹>

블록 제작은 선박을 건조하는 것만큼 고난도 작업이 아니며 설계 과정이 필요하지도 않다. 바닥에서 시작해야 하는 성동조선해양에게 알맞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조선업황이 좋지 않아 대형 조선사들이 LNG운반선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한국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14만 m3급 이상의 대형 LNG운반선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조선3사가 수주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선박이 단 1척도 발주되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 탓에 선주사와 조선사가 선박 건조계약을 위한 대면 미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말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선박 발주량 전망치를 1324척으로 전망했었다. 그런데 선박 발주시장이 얼어붙자 2020년 4월 말 이 전망치를 756척으로 42.9% 낮췄다.

이는 성동조선해양이 LNG운반선 블록의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을 뿐 조선3사가 LNG운반선 수주시장에서 보여준 강력한 지배력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이들의 수주도 다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최신기사

'윤석열 탄핵 후폭풍' 국힘 최고위원 5명 전원 사퇴, 한동훈 지도부 붕괴 앞둬
외신 윤석열 탄핵 놓고 "계엄 도박 역효과", "신념 고집에 여당도 돌아서"
한동훈 "윤석열 탄핵 할 일을 한 것", 당내 책임론에 사퇴 거부 의사 보여
탄핵 윤석열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 위해 최선"
이재명 "윤석열 파면 조속히 이뤄지게 싸워야, 새로운 나라 만들어야"
민주당 윤석열 탄핵 이어 특검·국정조사도 추진, 정국 주도권 굳히기 나서
한덕수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에 "마음 무거워", "국정안정에 노력 다할 것"
민주당 "윤석열 직무정지는 12·3 내란 수습의 첫 걸음" "내란 특검 빠르게 구성할 것"
국회의장 우원식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헌법재판관 임명 서두르겠다"
윤석열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서 찬성 204표로 가결, 국민의힘 12표 이탈
koreawho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