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Who
KoreaWho
기업과산업  전자·전기·정보통신

이재용 삼성 경영 대물림 포기로 소유 경영 분리 발렌베리그룹에 시선

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 2020-05-07 14:44:30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이건희 회장이 한때 삼성그룹의 경영모델로 주목했던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에 다시 시선이 몰린다.

발렌베리그룹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지배구조로 스웨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데 이재용 부회장은 마르쿠스 발렌베리그룹 회장과 17년 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용</a> 삼성 경영 대물림 포기로 소유 경영 분리 발렌베리그룹에 시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칸디나비아엔스킬다은행(SEB) 회장. 

7일 발렌베리 가문 홈페이지를 보면 시조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1856년 스톡홀름엔스킬다 은행(현재 스칸디나비아엔스킬다 은행)을 설립해 발렌베리그룹의 기틀을 닦은 뒤 160여 년 동안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왔다.

현재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며 유럽 최대 규모 기업집단으로 꼽힌다. 산하 기업들을 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통신기업 에릭슨, 방산기업 사브, 미국 증권거래소 나스닥 등 수십 개에 이른다.

발렌베리 가문은 이처럼 규모가 큰 기업집단을 이끌고 있는데도 한국 재벌에서 흔히 보이는 불법 승계, 부모형제 사이 경영권 다툼 등 문제로부터 자유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핵심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데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크누트앤앨리스’, ‘마리안느앤마르쿠스’, ‘마르쿠스앤아멜리아’ 등 3개 비영리 재단을 소유하고 있다. 이 재단들이 아래에 중간지주회사 ‘인베스터’와 ‘팜(FAM)’을 두고 다시 지주회사가 각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한다. 산하 기업들은 인베스터 및 팜을 대주주로 두는 것 이외에 다른 기업과 출자 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발렌베리 가문 일원들은 지주회사나 계열사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 대신 재단이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을 근거로 의결권을 확보해 인베스터, 스칸디나비아엔스킬다은행(SEB) 등 주요 회사의 소유권을 보장받는다. 인베스터를 예로 들면 3개 재단이 23.3% 지분을 보유해 차등의결권 50%를 행사한다.

재단들이 적은 지분으로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는 1938년 스웨덴 정부와 스웨덴경영자연합(SAF), 스웨덴노동조합(LO) 등 3자가 맺은 ‘샬트셰바덴 협약’에 기인한다. 발렌베리 가문은 당시 협약을 맺으면서 차등의결권을 보장받는 대신 고용보장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이처럼 경영권을 보장받은 만큼 그룹의 이익금이 발렌베리 가문에 쌓이기만 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렇지도 않다.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일원은 지분을 보유하지 않으므로 경영자로서 급여만 받을 수 있다. 스웨덴 경제지 ‘주간사업’이 2014년 147대 부자를 선정했는데 발렌베리 가문 구성원 가운데 아무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정도다.

또 재단 3개는 지주회사를 통해 산하 기업들의 이익을 배당받지만 이 가운데 상당부분을 다양한 공공사업에 투자한다.

크누트앤앨리스 재단만 해도 2019년 24억 크로나(3천억 원가량)을 투자해 의학 및 과학기술 분야를 지원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1억1천만 크로나(137억 원가량) 기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웹진 '기업윤리브리프스' 2017년 3월호를 통해 “1980년대 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케아는 절세를 위해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겨갔지만 발렌베리 가문은 조세 피난처로 가지 않고 부를 오히려 사회에 환원했다”며 “경영세습과 막대한 부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발렌베리그룹이 국민기업이 된 까닭은 지난 160년 동안 ‘기업의 생존 기반은 사회’라는 창업자 정신을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건희 회장 재임 당시 삼성그룹은 이처럼 건전한 지배구조를 본받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발렌베리 가문을 연구했지만 한국의 경영 현실에서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연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대에서 이런 시도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자녀의 경영권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삼성을 책임질 새로운 체제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국민 사과가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 권고로 설립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요구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삼성그룹의 구체적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 부회장은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이제는 경영권 승계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발렌베리 가문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부회장과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이 17년 동안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앞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혁신과 관련한 의견이 오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03년 이건희 회장과 함께 스웨덴을 방문해 발렌베리 회장 등 발렌베리 가문 일원들을 만나면서 인연을 맺어왔다.  2012년 3월 발렌베리 회장이 방한하자 리움미술관으로 초대해 만찬을 함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19년 12월 발렌베리 회장이 다시 방한했을 때도 만나 그룹 차원의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최신기사

권한대행 한덕수 국회의장 우원식 예방, "정부 국회와 합심해 위기 극복"
헌재 탄핵심판 심리 절차 준비, 16일 윤석열에게 답변서 제출 요청
한동훈 16일 오전 기자회견 열기로, '대표 사퇴 의사 밝힐 듯'
권성동 이재명의 '국정안정협의체' 제안 거부, "국힘 여전히 여당" "당정협의로 운영"
고려아연 금감원에 진정서, "MBK파트너스 비밀유지계약 위반 조사 필요"
한국은행 "'계엄사태' 이후 실물경제 위축 조짐, 장기화 되면 모든 수단 동원"
SK하이닉스 HBM 생산능력 확대, 청주공장에 D램 인력 추가 배치
탄핵 격랑에도 '대왕고래' 시추 시작, 석유공사 첫 결과 내년 상반기 나올 듯
권한대행 한덕수 대통령비서실장 정진석 만나, "모든 정부 조직은 권한대행 지원 체제로"
서울 '악성 미분양' 3년 만에 최대, 청약 경쟁률은 3년 만에 최고치로 '양극화'
koreawho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