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벌서비스가 현대중공업지주의 주요 자회사로 커졌다.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성장세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선박의 디지털화 추세에 맞춘 선박서비스사업의 육성을 본격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당분간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레트로핏)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개조사업의 주력 제품인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TS)의 수주물량이 올해를 넘어 2021년치 일감까지 일부 쌓여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선박서비스사업 전반을 강화해 선박 개조사업 중심의 사업체질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하반기에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선박 모니터링센터에 정 대표의 체질 개선 의지가 담겨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이미 부산 해운대구 본사에 디지털 관제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선박 모니터링센터는 부근에 자리잡는다.
정 대표는 선박 모니터링센터를 통해 선박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라는 조선업계의 흐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디지털 관제센터를 통해 선박의 운항정보 및 엔진의 운전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선단 전체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경제적 운항계획을 제공하는 선박 운항 솔루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선박 모니터링센터가 설립되면 선박 운항 솔루션에 선박의 원격진단서비스까지 더해 선주사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선박 운항 솔루션사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통합 스마트선박 솔루션 ‘ISS(INTEGRICT Smartship Solution)’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전망이 밝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는 ISS가 적용된 선박을 지금까지 130여척 수주했다.
이 선박들의 발주처들이 모두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예비 고객사다.
정 대표는 선박 모니터링센터를 통해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선박 생애주기 관리사업도 강화할 수 있다. 이 사업은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조선소 보증기간 이후 선박의 개조, 수리, 운항, 정비 등 모든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업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육상 선박 모니터링센터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선박 관리에 활용하면서 서비스 제공 속도를 끌어올리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이 처음 건조된 뒤 1년 동안은 통상 조선소가 선박의 품질을 보증한다. 그러나 선박의 일반적 내구연한은 25년 안팎이며 최근에는 30년을 넘어 운항하는 선박들도 있다.
정 대표는 2016년 현대글로벌서비스 설립을 주장할 때부터 선박 생애주기 관리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들었을 정도로 이 사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현재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선박의 전체 운항기간에 종합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유일하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이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김 연구원은 선박연령 15년 이하의 모든 선박을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예비 고객으로 추산하고 1만4천여 척의 선박이 영업대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조선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현대중공업지주의 주요 자회사로 키워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 1분기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들의 잠정실적을 분석해보면 정유 자회사 현대오일뱅크가 부진을 겪었지만 비정유부문에서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영업이익 312억 원을 내 2019년 1분기보다 84.6% 늘었다. 자회사 가운데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
그러나 현재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주력제품인 스크러버는 싱가포르, 중국, 미국,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무역국가에서 설치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항구가 늘고 있다.
다른 주력제품인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는 국제해사기구가 2024년을 기존 선박의 개조시한으로 못박았다. 이 이후로는 개조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해부터 배당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4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이사회를 거쳐 결정하게 되겠지만 현대글로벌서비스가 2020년부터 배당을 실시한다는 기조가 세워져 있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배당은 현대중공업지주의 배당으로 이어져 정 대표의 그룹 경영권 승계자금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정 대표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성장세가 멈추지 않도록 새 성장동력을 일찌감치 발굴할 필요가 있다. 선박의 디지털화에 맞춘 서비스사업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