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0-04-28 16: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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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대형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직무급제로 전환하기 위한 시동은 걸었지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직무급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며 일각에서는 직무급제 도입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 권평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
28일 코트라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코트라는 올해 상반기 안에 직무급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직무급제는 업무의 책임과 강도, 난이도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지급하는 제도다.
현재 국내 많은 기업들이 재직연수에 따라 연봉이 올라가는 ‘호봉제’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등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고용노동부는 1월 내놓은 직무급제 전환 매뉴얼에서 기존에 연공서열을 바탕으로 한 임금과 직급·승진체계를 개선하고 직무를 중심으로 인사관리 기준을 전환해 임금 관련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직무급제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런 정부의 방침에 발맞춰 코트라는 직원 1천 명이 넘는 대형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코트라가 2019년 6월 직무급제 도입에 앞서 연구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코트라 노조는 올해 1월 노사 합의로 내놓은 ‘보수·직무체계 합리화안건’을 투표 참여자 가운데 79%의 찬성을 받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코트라 노사는 올해 상반기 안에 직무급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임금이 기존보다 줄 것이라는 연구결과에 노조는 직무급제 반대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는 임금이 깎이게 되는 직원들에게 일시적으로 임금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임금을 보조해주는 것으로 노조를 달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트라 관계자는 “직무급제 도입을 준비했던 것은 맞지만 아직 도입되지 않았고 노조 찬반투표 이후 별달리 진행된 것이 없다”며 “직무급제 도입을 계속 추진할 지도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코트라 노조뿐 아니라 노동계도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 반대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1월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뒤 “직무급 도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2020년 한국노총의 ‘임금단체협약투쟁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직무급과 관련한 임금체계 개편을 꼽기도 했다.
몇몇 공공기관들은 이미 2019년부터 직무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다만 직무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들이 석유관리원과 새만금개발공사, 산림복지진흥원, 한국재정정보원 등 임직원 수가 500명 미만으로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크지는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따르면 공공기관 평가 기준에 ‘직무 중심의 합리적 보수체계로 전환을 위한 기관의 노력 및 성과’가 포함됐다.
공공기관이 직무급제를 도입하면 경영평가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여서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20년 1월 직무급제 전환 매뉴얼을 내놓고 직무급제 도입을 희망하는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전문컨설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직무급제 준비 속도가 빠른 공공부문과 철강, 보건의료, 정보기술(IT) 등 8개 업종에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책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