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과 시장 사이의 소통과 신뢰를 중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임 총재 때 한국은행이 보여준 신호와 기준금리 결정 사이에 엇박자가 생기면서 신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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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이 총재는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은 기대를 관리하는 것"이라며 "기대를 형성하려면 말한 대로 행동한다고 믿게 해야하는데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은 하는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으면 미리 시그널을 줘야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이런 말은 전임 총재 때 한은이 보여준 신호와 기준금리 결정이 맞지 않으면서 한은에 대해 신뢰와 관련한 비판이 쏟아진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중수 전 총재는 2010년 저금리 정책기조와 물가인상 가능성에 대해 수차례 강조하고도 몇 달 동안이나 금리동결 결정을 내려 '통화정책의 실기'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또 지난해 시장 참가자들이 인하를 예상했던 4월 금리를 동결했다가 5월 예상을 뒤집고 금리를 내려 안팎에서 반발을 낳기도 했다.
이 총재는 “정부는 행정력이 있지만 한국은행은 소위 파워를 갖고 일하는 조직은 아니다”며 “통화정책은 신뢰를 가지고 하는 것인데 신뢰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자신을 '매파'로 규정하는 시선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그는 "금리결정 때 물가와 경기 두 가지를 보는데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며 "(올해) 성장을 4%로 전망하고 내년에도 이 기조가 이어진다고 보면 인하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하니 시장에서 금리인상 수순으로 보고 매파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향후 경기와 관련해 "지난 4월 금통위 때 시각이 유지되고 있다며 상반기까지 경기를 지켜 볼 것"이라고 말해 상반기까지 금리변화가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내수가 위축돼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이 총재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 답변은 안 하겠지만 세월호에 따른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주체들이 외출도 삼가는 등 소비를 자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답변할 만큼의 데이터가 지금은 없지만 상반기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박원식 부총재가 조만간 그만둘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원칙적으로 임기를 지켜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