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4-21 15: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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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훈 휴젤 대표이사가 경쟁사인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제품 판매중단에 따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잡게 됐다.
손 대표는 보툴리눔톡신과 히알루론산 필러의 묶음판매를 통해 기존 메디톡스의 점유율을 흡수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손지훈 휴젤 대표이사.
2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메디톡신 판매가 잠정중단된 데 따른 최대 수혜자로 휴젤이 부각되고 있다.
휴젤과 메디톡스는 업계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로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 점유율의 85%를 양분하고 있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메디톡신’은 국산 1호 보툴리눔톡신으로 시장 선점효과에 힘입어 오랫동안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을 장악해왔다.
하지만 품목허가를 받은 것과 다른 보툴리눔톡신 원액(독소)을 사용한 것이 드러나 판매가 잠정중단됐고 허가도 취소될 위기에 처하면서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 지형에 변화가 생길 공산이 커졌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휴젤은 메디톡스와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의 약 85%를 점유하고 있어 경쟁사 제품이 판매금지를 당한다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휴젤의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필러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휴젤은 보툴리눔톡신 ‘보툴렉스’와 히알루론산 필러 ‘더채움’을 주력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메디톡스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메디톡신이 품목허가 취소까지는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메디톡스는 허가받기 전에 이노톡스 원액을 메디톡신용으로 용도변경 허가를 받지 못했을 뿐, 생산 공정 및 제품의 규격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노톡스는 2013년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품목허가 취소되지 않더라도 메디톡스 기업 자체의 신뢰도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휴젤과 같은 대체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수 있다. 보툴리눔톡신은 독성이 매우 강한 신경독소인 만큼 제품의 신뢰성이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친다.
손지훈 휴젤 대표는 보툴리눔톡신과 히알루론산 필러를 묶음판매해 메디톡스의 점유율을 최대한 잠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필러는 깊게 패이거나 볼륨이 부족한 곳을 채워주는 시술에 사용돼 일반적으로 보툴리눔 톡신과 함께 사용되는 때가 많다. 따라서 메디톡신의 판매중단으로 휴젤은 보툴렉스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필러 매출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게다가 최근 국내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해 성형 수요도 다시 회복되고 있는 추세로 파악된다.
휴젤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 영향으로 보툴리눔톡신과 필러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2분기부터는 실적이 반등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휴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실적이 부진했으나 최근 아시아에서 확진자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고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경쟁사 제품의 판매중지로 압도적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젤의 중국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휴젤은 지난해 4월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NMPA)에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올해 4월9일 심사를 완료했다. 3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받고 서류보완 작업을 거치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6~7월경에는 최종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메디톡스는 중국진출이 지연되고 있다.
메디톡스는 당초 지난해 4분기에 메디톡신의 중국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메디톡신의 중국 약품허가에 차질이 생겼고 아직까지도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1년 가까이 차이가 날 것으로 보였던 휴젤과 메디톡스의 중국진출 시기는 사실상 동일해졌다.
오히려 식약처의 이번 처분으로 메디톡스의 중국진출에 다시 차질이 빚어진다면 휴젤은 중국사업에서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김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도 휴젤의 보툴렉스는 중국 품목허가 절차를 순조롭게 거치고 있다”며 “휴젤은 메디톡스와 중국 진입격차가 축소되면서 초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