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 신제품의 AP 위탁생산을 맡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내년 초 출시되는 퀄컴의 AP 신제품 ‘스냅드래곤820’ 생산에 주력하는 등 퀄컴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 애플 신제품 AP 생산 빼앗기나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7일 “내년 출시될 애플의 아이폰7 AP는 대만 TSMC가 전량 생산을 담당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시스템LSI부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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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삼성전자는 올해 아이폰6S에 탑재되는 AP ‘A9’의 물량 대부분을 생산하는 데 이어 내년 출시되는 아이폰 신제품의 AP 위탁생산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외신들은 최근 “TSMC가 애플과 아이폰7의 AP 단독생산 계약을 체결했다”며 “애플의 차기 AP ‘A10’은 TSMC의 16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도 연구원은 “보도를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렵지만 TSMC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며 “애플은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까다로운 고객이라 삼성전자도 애플 AP 생산을 포기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도 연구원은 대형 고객사인 엔비디아도 차세대 그래픽카드 생산을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서 생산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을 모두 놓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TSMC의 16나노 공정보다 기술력에서 앞선 14나노 공정을 앞세워 프리미엄AP 위탁생산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 LSI부문이 TSMC와 기술력 차이가 거의 없어 성장이 힘들 것”이라며 “퀄컴 제품과 삼성전자의 자체AP를 생산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퀄컴과 협력 강화 전망
김기남 사장은 대형 고객사의 AP 생산 수주를 놓치면서 삼성전자와 퀄컴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팀 맥도너 퀄컴 부사장은 홍콩에서 열린 ‘퀄컴 서밋’ 행사에서 “퀄컴의 차기 신제품 스냅드래곤820은 14나노공정으로 생산될 것”이라고 밝혀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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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퀄컴의 AP(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
현재 세계에서 14나노공정으로 AP를 양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맥도너는 “14나노공정으로 생산한 제품은 성능이 높고 전력소모량이 적다”며 “부품의 사이즈도 줄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퀄컴 제품 탑재가 설계에 있어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퀄컴은 이전 제품인 ‘스냅드래곤810’이 발열논란에 휩싸이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수요를 놓쳤다.
퀄컴은 이에 따라 내년 초 출시되는 스냅드래곤820을 실적반등의 기회로 삼고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20가 35분 만에 배터리를 80% 충전할 수 있는 차세대 고속충전 기술 ‘퀵차지 3.0’과 발전된 그래픽 기술, 보안기술 등이 탑재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기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7’에 자체 AP ‘엑시노스’시리즈와 함께 스냅드래곤820을 동시 탑재해 퀄컴과 관계회복에 힘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자전문매체 테크타임즈는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차기 신제품에 퀄컴 제품 탑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퀄컴의 이별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