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규모 금융지원대책을 내놓으면서 IBK기업은행에 관련된 업무가 집중되고 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금융지원 업무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변화를 주도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기업은행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공급하는 저금리 대출금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관련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100조 원 규모의 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내놓고 1일부터 국책은행과 금융회사 등을 통해 주요 정책금융 지원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금융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대부분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출에 집중돼 있다.
정부가 자체 회복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대기업보다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집중적 지원을 통해 민생 안정과 실물경제 회복을 이끌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은행이 대부분의 대출업무를 수행한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저금리 대출은 시중은행 14곳의 영업점에서 모두 3조5천억 원 규모로 이뤄지는 반면 기업은행은 홀로 5조8천억 원에 이르는 대출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금융지원도 KDB산업은행은 5조 원, 수출입은행은 8조7천억 원을 공급하지만 기업은행은 가장 많은 10조 원을 공급한다.
더구나 시중은행에서는 신용등급이 1~3등급에 해당하는 소상공인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기업은행에 금융지원 업무가 쏠리는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윤 행장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기업은행의 금융지원 업무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여러 조치를 도입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전산시스템을 연계해 소상공인이 별도로 보증을 받지 않아도 기업은행에서 보증과 대출 심사, 대출 실행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기업은행 전국 영업점의 소상공인 대출 건수는 1~3일까지 일평균 1만3500건 수준이었는데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업무 대행을 시작한 6일에는 하루 1만7천 건 안팎으로 크게 늘었다.
보증업무 대행을 통해 실행된 하루 기준 대출금액도 6일 561억 원에서 7일 1910억 원, 8일 2535억 원, 9일에는 3049억 원에 이르는 등 대출 실행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 본부 직원의 영업점 파견도 당초 계획보다 늘려 영업점 직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금융지원도 더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중소기업이 기업은행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금융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비대면으로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제도도 4월 초부터 시행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기업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저금리 대출 공급 확대로 실적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대출금리가 1.5%로 낮은 수준이라 실적에 기여하기 쉽지 않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특성상 대규모 경제위기 이후 부실 발생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고객 기반을 단기간에 대폭 확대할 수 있게 돼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전후 사례를 보면 기업은행의 정책금융 공급 확대가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 증가와 고객 확보를 이끌어 도움이 된 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도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데 부정적 시각이 크지만 결국 시장 점유율을 늘리며 중소기업 관련된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전문 은행으로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며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발판삼아 사업 체질을 바꿔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기업은행장 '낙하산인사'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도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의 윤 행장을 선임한 이유로 기업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들었다.
기업은행이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맞춰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행장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을 통해 정부 금융정책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기업은행의 사업체질 변화를 주도할 기회를 잡으며 정부 기대에도 부응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은행의 금융지원 성과가 코로나19 경제위기 충격 완화에 효과적으로 기여한다면 윤 행장이 임기 초반 불거졌던 자격 논란을 극복하고 평가를 긍정적으로 돌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윤 행장은 11일 기업은행장 취임 100일을 맞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